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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락 "의회 해산·조기 총선" 최후 카드

총선 2월2일로 잠정 결정… 민주당·시위대는 즉각 거부<br>강대강 대치 태국정국 격랑

태국 반정부시위대가 '최후의 결전일'로 지정한 9일 잉락 친나왓 총리가 의회해산 및 조기총선 카드를 꺼내 들면서 태국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격랑에 휩싸였다. 정부와 시위대 측 모두 물리력 사용을 자제하고 있지만 양쪽 모두 벼랑 끝 대치를 각오하고 있어 대규모 유혈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잉락 총리는 이날 TV성명에서 "국가와 국민이 더 이상 피해를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국왕에게 하원 의회해산 및 조기총선 실시를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만약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이를 허가할 경우 60일 이내 재선거가 시행된다.

잉락의 조기총선 카드는 전날 제1야당인 민주당 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사퇴한 후 반정부시위대에 합류한 데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및 시위대는 잉락의 의회해산 선언에 대해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시위대 측은 방콕 민주기념탑 앞에서 "의회해산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라며 "총리공관을 향하는 우리의 행진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가 '최후의 결전'일로 정한 이날 시위대는 방콕 시내 9개 루트를 이용해 총리공관 쪽으로 행진했다. 수텝 전 총리는 지난 6일 "9일 시위대 인원이 100만명을 넘지 않을 경우 시위를 중단하고 경찰에 자수해 조사를 받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잉락 총리의 이날 결정은 '선거를 다시 해도 재집권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 집권여당인 푸어타이당은 2006년 군부 쿠데타 이후 축출된 탁신 친나윗 전 총리의 영향으로 유권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노동자 계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탁신 전 총리는 집권시절 친농민·노동자정책을 펼쳐 북부·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고 실각 이후 해외로 도피해서도 태국 정치에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2011년 총리에 오른 잉락 총리는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이다.



반면 중산층과 엘리트 계층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은 쿠데타의 영향 속에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정권을 잡은 것을 제외하곤 최근 10여년간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이 같은 정치적 열세를 잘 알고 있는 민주당 및 시위대는 재선거 대신 '국민의회' 구성을 통한 정치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태국 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친탁신 계열 인사 및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는 반정부시위대 측의 주장을 두고 "태국 시민사회 및 학자들로부터 '실현 불가능하고 퇴행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국왕 및 군부 역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 자신들의 요구안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탁신 전 총리의 실각 후 친탁신 진영과 반탁신 진영 간 분열이 계속되고 있는 태국에서는 최근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노린 것으로 의심받는 '포괄적 사면 법안' 때문에 한 달 이상 반정부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시위로 지난 2주 동안 최소 5명이 죽고 수백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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