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당국 내부에서도 낙관적 경기전망을 고수하기엔 자신이 없는 모습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1ㆍ4분기에 바닥을 찍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달 초에는 "경기가 변덕스러운 봄날씨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월 "더 이상 경기가 둔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가 2개월 뒤 올 경제전망을 3.7%에서 3.5%로 내렸다.
지금 우리 경제는 긴급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잿빛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또한 활력이 솟아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4일 발표한 2ㆍ4분기 소비자태도지수는 46.6을 기록해 6분기 연속 기준점 50을 밑돌았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광공업생산은 1~2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다 3월 들어 전월 대비 3.1% 급락해 경기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외환경도 녹록하지 않다. 물가를 짓누르던 국제유가는 다소 떨어졌지만 그리스의 7월 디폴트(채무불이행)설과 같은 유럽 위기론이 재발하고 중국경제는 도로 부양책을 꺼내야 할 정도로 경착륙 리스크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지금부터가 경제운영에 중요한 시기다. 정부는 곧 하반기 경제운영 계획을 짜야 한다. 우리 경제는 지금 성장의 힘이 좀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추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 민감한 시점에 있는 것 같다. 정부는 상반기에 재정의 60% 이상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도 회복의 탄력이 붙지 않는다면 정책수단은 더 제약을 받게 된다.
경기대응은 정책의 강도 못지 않게 타이밍이 중요하다. 시기를 놓치면 약발은 덜하고 비용은 더 들기 마련이다. 오르막길에서 힘이 달리면 기어를 변속해야 한다. 근거 없는 경기바닥론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유연한 대응이 긴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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