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후 민간인통제구역으로 보호돼오다 최근에서야 평화누리길로 만들어져 민간인에게 개방됐기 때문인지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청정 지역이다. 산책로 주변은 투박하게 얽혀 있는 야생초와 빽빽이 들어찬 수목, 금강산에서 흘러오는 계곡물 등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뤘다. 금강산의 속살인 내금강까지 불과 30여㎞밖에 떨어지지 않은 최북단 접경지역에 만들어진 산책 코스다. 특히 희귀종인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이면서 한반도 남북생태계와 동서생태계의 교차지점이라는 점에서 생태학적 가치도 크다.
하지만 아직도 산책로 밖에는 '지뢰 조심'이라는 붉은색의 경고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을 만큼 조심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신체적 힐링과 정치적 긴장이 공존하는 묘한 공간인 셈이다. 민통선 이북에 위치해 있어 사전에 출입신청을 해야 하고 위치추적 시스템이 부착된 목걸이까지 착용해야 하지만 천혜의 비경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이미 5만2,000여명이 이곳을 다녀갔고 올 들어서도 지금까지 6만여명이 방문해 올 한해 전체로는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두타연을 찾은 한 관광객은 "이곳은 단지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라며 "어쩌면 분단의 아픔이 가져다준 유일한 선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까지 묘하다"고 말했다.
두타연 관광코스와 같은 접경지역 평화누리길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한 작업도 본격화된다. 안전행정부와 접경지역을 둔 7개 지방자치단체들이 30일 두타연 구간에서 공동걷기 행사를 개최하고 상생발전 업무협약도 맺기로 한 것. 이번 행사에는 정종섭 안행부 장관을 비롯해 경기도·강원도·포천시·연천군·철원군·양구군 등 자치단체장들이 참석해 평화누리길 홍보와 접경지역 상생발전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 마련된다.
9㎞가량 이어지는 걷기행사는 접경지역의 상징인 생태와 평화에 초점이 맞춰진 4가지 주제로 코스가 만들어졌다.
'전쟁과 평화' 구간에서는 6·25전쟁의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비를 참배하고 평화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조각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예술과 사색의 길'에는 박수근 화백과 이해인 수녀 등 지역 문화예술인의 작품들이 길을 장식한다. '힐링숲'에서는 자연 속에서 통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도록 했으며 '금강산 가는 길' 구간에는 가로막힌 철문 앞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빨간 우체통에 담을 수 있다.
안행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평화누리길 걷기행사와 상생협약을 통해 접경지역이 더 발전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접경지역에 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올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이와 함께 지역주민들의 소득이 증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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