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난 1ㆍ4분기 경제 성적표는 액면 그대로만 본다면 '고성장 저물가'로 요약될 수 있다. 지난해 4ㆍ4분기에 이어 두자릿수의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면서도 가파르게 상승하던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였으니 중국 당국으로서는 경기과열에 대한 부담을 다소 덜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급격한 부동산 투자와 이에 따른 자산 버블 등 성장의 질이 여전히 불안하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4일 국무원 경제정책회의에서 "중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재정부양정책에 힘입은 불안한 성장세이며 곳곳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주요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연일 최고치로 치솟으며 자산 버블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인플레이션 압박도 계속되는 형국이다. 3월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중국 당국의 정책운용의 폭은 넓어졌지만 결국 시차를 두고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긴축조치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인플레이션, 자산 버블 압박 여전=중국 70개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월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3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11.7% 상승해 또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국 정부는 투기수요를 부추기는 부동산개발업자 단속에 나서는 등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하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도 여전하다. 돼지고기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3월 인플레이션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세, 국제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 등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은 4월께부터 다시 상승 국면에 언제든지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윈난성 등 남서부에 계속되고 있는 100년 만의 최대 가뭄으로 농작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농작물 등 식료품 가격은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에서 30%가 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경제성장의 내용은 지나친 부동산 개발 등 고정자산 투자에 의존하는 절름발이 성장인데다 철강ㆍ조선 등 과잉 투자산업의 저가 제품 밀어내기 수출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 지속적인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위안화 절상 카드 유력=인플레이션 증가세 둔화로 정책운용의 폭이 다소 넓어진 중국 당국은 급격한 경기긴축을 야기할 수 있는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먼저 위안화 절상 카드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대표처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세의 불안정 등을 감안해 여전히 더블딥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며 "경기하강을 불러올 수 있는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먼저 위안화 절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박을 줄이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수입물가는 1월 13.5%에 이어 2월에도 15.6%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위안화를 절상할 경우 이 부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주 센터장은 이르면 4월 말부터 5월에 위안화 절상이 점진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위축 효과가 큰 기준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추이를 봐가며 3ㆍ4분기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신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 중앙은행 채권 발행을 통한 유동성 흡수 등의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통해 계속 시중의 돈을 흡수하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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