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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구글에 사업분리 칼 빼드나

유럽 검색시장 점유율 90%… 자국 IT산업 고사 위기 의식

유럽의회 분리 동의안 마련… 獨 각료 4명 EU에 지지촉구 서한

美 IT업계 "정치적 의도" 반발


유럽연합(EU)이 지난 4년여 동안 문제를 제기해온 구글의 독과점 문제에 대해 결국 사업분리의 칼을 뽑아들 태세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글로벌 대표 정보기술(IT) 업체인 구글의 인터넷 검색시장 독과점 해소를 위해 구글 검색 부문을 다른 상업적 서비스로부터 분리(unbundling)시키는 것을 타깃으로 한 동의안을 준비하고 있다. 외신들은 동의안 초안에 구글이 직접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EU의 반독점법을 단호히 집행해야 한다'는 문구가 구글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동의안은 유럽의회 양대 정파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그룹(EPP)과 중도좌파 사회당그룹(PES)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번주 중으로 동의안을 확정해 오는 27일에 표결에 들어갈 방침이다. 독일의 안드레아 슈바프 유럽의회 의원은 "분리안이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회 동의안은 구속력이 없으며 유럽의회가 EU 집행위원회에 직접 권한을 행사할 수도 없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이번 동의안이 통과되면 출범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EU 집행위원회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구글의 주요 서비스 대부분이 검색 서비스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분할이 시행되면 구글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구글은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2010년 10월 검색시장 반독점 관련 조사에 착수한 이래 유럽 내에서 끊임없이 독과점 논란에 시달려왔다. 구글에 대한 비난 여론도 함께 고조됐다. 구글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타협안을 제시했으며 올해 2월에는 구글의 검색 결과 페이지에 경쟁업체 3곳의 검색 결과가 동시에 표출되도록 해 사용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에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관련 업계의 반발로 9월에 무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구글이 이 사안으로 공식 기소되면 60억달러 가까이 벌금을 물 수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 검색뿐만이 아니다. EU는 구글의 개인정보 보호정책, 스마트폰 앱 및 운영체제(OS) 독과점 문제 등에 대해서도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사용자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고 프랑스 정부도 올 1월에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 규정을 기한 내 수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매겼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5월 구글의 검색 결과와 관련해 '잊힐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며 개인의 인터넷상 정보 삭제 요청을 가능하게 하기도 했다. 구글은 이 판결에 대해서도 마지못해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 유럽 국가들의 분노를 키웠다. EU 집행위원회는 8월에는 역내 이동통신사를 대상으로 구글과의 거래 내역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며 구글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내세운 불공정행위 여부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기업 분할이라는 방안까지 나온 배경에는 구글의 90%에 달하는 유럽 검색시장 점유율 등 독과점 상태가 자국 IT 산업을 고사시킨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스페인의 라몽 트레모사 유럽의회 의원은 "구글로 인해 자국 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며 "우리가 EU를 압박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독일의 반대가 거세다. 지그마 가브리엘 경제장관 등 독일 각료 4명은 EU 측에 이번 동의안의 지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5월 현지 언론 기고를 통해 "과거 전기·가스 부문 등의 사례와 같이 분할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내 IT 업계는 정치적 의도에 따른 행동이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IT 업계 로비단체인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의 에드 블랙 회장은 "동의안이 유럽의회를 통과한다면 입법과정에 정치적 입김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유럽의회의 신뢰가 잠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버트 호벤캄프 아이오와주립대 법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검색 엔진을 선택할 충분한 선택지가 있다"며 EU의 움직임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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