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7년전 대선에서 패배의 쓴맛을 안겨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처음으로 백악관 회동을 가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고어 전 부통령은 26일 부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약 40분간 부시 대통령과 독대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만남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지구 온난화에 대한 얘기가 전부였다"며 "사적인 만남이었고 아주 훌륭하고 진심이 가득찬 분위기였다는 것 외에는 할말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두 사람간의 대선이 대법원 공방까지 이어질 정도로 파장과 의혹이 컸던 만큼 이들의 이례적 만남에 대한 궁금증은 자아내고 있다. 고어 전 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그간 사적으로 대면한 적이 한번도 없다. 부시 대통령의 첫 취임식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도서관 헌정식,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장례식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마주쳤던 게 전부다. 고어 전 대통령이 환경운동가로서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을 때도 부시 대통령은 아무런 축하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고어 전 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다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나쁜 감정을 품고 있지 않다"며 이번 만남에 대한 어떠한 정치적 계산도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고어 전 부통령의 대선출마를 유도해 현재 유력한 후보인 힐러리 민주당 의원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내비쳤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번 고어 전 부통령이 노벨상을 수상했을 때 그의 대선 복귀를 두고 미국 여론이 술렁인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고어 전 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백악관으로 초청했고, 회동일정도 고어의 스케줄에 맞추는 등 극진한 예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26일자에서 "둘은 조금 어색한 포즈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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