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이요? 싹 자취를 감췄어요. 계약서 쓰러 나오라고 연락하면 가격을 더 부릅니다. 거래가 이뤄질 수가 없죠.”(한남뉴타운3구역 H부동산의 한 관계자) 서울 중심부의 대표적 노후주택 밀집 지역인 한남뉴타운(한남재정비촉진지구)이 들썩이고 있다. 겉보기에는 아무일 없다는 듯 평온하게 보이지만 지난 3일 개발계획이 확정 발표된 뒤 현지 부동산 중개사무소에는 매수 문의가 평소보다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향후 지분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매수ㆍ매도 간 호가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투자자 발걸음에 치솟는 호가=7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한남오거리 인근 W부동산은 뉴타운 지분 매입을 문의하는 방문객들의 발길로 분주했다. 상담이 이뤄지는 중간에도 사무실 전화 벨은 계속 울렸다. 이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일간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하지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가거나 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실제 거래는 거의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기대감도 컸다. 이날 보광동 주민자치센터에는 기본계획에 대한 공고를 공람하러 온 주민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한남뉴타운 지분의 시세는 구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지면적 33㎡(10평)를 기준으로 평균 4억5,000만원선에 이르고 일부 지역은 5억원을 호가한다. 한때 6억원을 웃돌던 것에 비하면 떨어진 가격이지만 토지거래허가 기준면적이 20㎡에서 180㎡로 완화되고 개발계획이 발표된 뒤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인근 M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한 고객은 5억원을 주고라도 바로 계약하겠다고 나섰지만 집주인이 망설이면서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3구역이 수요자 관심 가장 높아=뉴타운 내 5개 재개발구역 가운데 매수 문의가 가장 빈번한 곳은 3구역이다.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인근부터 보광동 종점 인근에 걸친 3구역은 1단계 사업 대상이다. 3구역의 용적률은 210%로 다른 구역의 214~274%보다 낮지만 사업이 가장 먼저 이뤄진다는 기대감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 보광동 종점 입구 Y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50층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5구역보다 오히려 관심이 높은 것 같다”며 “실제 사업은 발표계획보다 2~3년 이상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사업 속도를 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시세는 반포대교와 인접해 있어 한강조망권이 가장 좋은 5구역이 조금 높게 형성돼 있다. ◇미래가치는 크지만 시세는 ‘글쎄’=한남뉴타운은 입지 여건만으로 따지면 미래가치가 오히려 강남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금호건설이 인근에서 분양한 초고가 임대아파트 ‘한남 더힐’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끈 것도 이 같은 미래가치가 인정받고 있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현재 시세의 적정성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 팀장은 “입지로 보면 한남뉴타운만한 곳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며 “그러나 반포 신규 분양 아파트의 3.3㎡당 시세가 4,000만원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시세는 다소 비싼 편”이라고 지적했다. 개발이 완료되기까지 최소 5~6년 동안 수억원의 목돈을 묻어둬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반면 5구역 인근 J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한강로2가의 주상복합인 파크타워의 시세가 3.3㎡당 5,000만원선”이라며 “5구역은 파크타워는 물론 강남에도 비해서도 결코 투자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남 뉴타운 지분 투자시 고려해야 할 점은 사업 지연 가능성이다.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뒤 5년이나 시간을 끌면서 지분쪼개기, 추진위 난립 등으로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한남뉴타운의 투자가치는 재개발사업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최소화하는 문제와 얼마나 이른 시간 내에 사업이 추진되느냐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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