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 장관 교체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외전략 향방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현재 후임자로는 애슈턴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과 데보라 리 제임스 공군성 장관 등이 비중 있게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압박외교 정책인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toward Asia)' '아시아로의 중심이동(Pivot to Asia)'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그들의 과거 발언들을 보면 대중 압박 의지가 뚜렷하다.
"아시아의 경제·정치적 기적은 미국이 그 지역으로 군사력과 주둔군을 중심이동(pivot) 시킴으로써 가능했습니다. (중략) 그 지역에서 우리는 이러한 (안보) 기반을 향후 수십년간 유지할 계획입니다."(카터 전 부장관·지난해 4월8일 연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둘러싸고 있어 우리에게는 대담한 지도력이 요구됩니다. (중략)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나라는 점점 더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제임스 장관·올해 9월14일 성명)
이들은 왜 중국과의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시아로의 복귀를 강조하는 것일까. 해당 정책의 핵심 인사였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지난해 4월 미국 외교협회가 주최한 연설에서 "세계 어느 지역이 향후 10~20년간, 그리고 그 이후까지 미국의 경제성장과 역동성·번영에 가장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중국인민해방군(PLA)이 다른 이들이 (아시아) 지역에 접근하는 것을 막거나 좌절시키려는 의도로, 그리고 공해상에서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려는 목적으로 (군사력 등에) 투자하는 데 대해 매우 크게 염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성장하려면 아시아 접근이 가장 중요한데 중국이 군사력으로 미국의 무역로·투자로를 막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위기감의 표현이다.
실제로 중국은 대형 항공모함, 이지스함, 전략 원자력 잠수함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해상작전이 가능한 스텔스전투기(젠-31)에 이르는 강력한 해상전력을 구축했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보면 오바마 정부의 수뇌들이 '신냉전'을 염려할 정도로 중국을 경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 견제가 과도해 대한민국과 같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에까지 대중 긴장관계를 종용하는 듯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지정학적 위치나 경제적 연관성을 볼 때 대한민국으로서는 중국에 정면으로 등을 돌리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 정부와 학계가 전력으로 설득해야 한다. 오히려 한중 간 우호가 증대되면 자칫 미중 간 대결구도가 극한으로 치달아도 한국을 완충지역으로, 그리고 중재채널로 미국이 활용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두려움은 해상으로 접경하고 육상으로도 가까이 있는 대한민국 역시 다르지 않다. 이런 잠재적 위협을 우호증진을 통해 제거하려는 게 한국의 대중외교다. 미국이 이 같은 동맹국의 심정을 헤아리고 서로 이해를 일치시키는 노력을 통해 '진정한' 아시아 재균형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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