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공공기관 도서구입 공개입찰에는 지역, 특히 서점 사업자만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서점업을 추가 등록한 개인사업자들도 입찰 가능하고, 계약 대부분을 따간다.오프라인 매장이나 창고 운영,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들지 않아 최소한의 마진만 생각하면 손해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러는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주문해 학교로 배달시키는 경우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결과는 최저가낙찰제 영향이 절대적이다. 현행 규정은 거래규모에 따라 2,000만원 이하는 예정가격의 90% 이상, 2,000만~5,000만원은 87.745% 이상으로 입찰한 사업자 중 최저입찰가를 제시한 자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지역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책을 공급받는 가격(공급가)가 65% 수준인 대형사업자나 온라인서점, 총판 등과 달리, 중소서점의 경우 70~75% 수준. 여기에 매장 및 창고 운영, 배송비 등 경비를 더하면, 실제 낙찰되는 수준인 최저가 수준에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출판유통 관계자는 "사업목적에 서점만 추가하면 모두 응찰이 가능해, 실제 공공기관에서 도서구입 입찰을 하면 지역서점이 응찰하는 경우가 10%도 안된다"며 "이를 노린 도서납품 전문업체가 늘고 있어 지역서점에 도움을 준다는 정부 의도와 반대로 몰락을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3일 오전 기준 교육기관 전자조달시스템 S2B에 따르면, 올들어 낙찰된 도서구입 공개입찰은 총 74건이다. 낙찰자는 문고, 서적 등 일반적인 서점 명칭이지만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는 게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이하 서련)의 얘기다.
한서련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서점이 입찰제와 상관없이 순차적으로 도서를 정가에 납품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도서는 '지식공공재'로 정가제가 적용되는 품목인데다, 현재의 최저가 경쟁에서는 중소서점이 배제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련 관계자는 "실제로는 스포츠매장이나 주유소 등을 운영하는 유령 서점사업자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지역 중소서점은 낙찰률이 채 10%가 안된다"며 "부적격업체가 선정된 후 제대로 책을 공급하지 못해 부도를 내고 잠적하는 등 사고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최저가 낙찰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일부라도 지역서점에게 고정적으로 기회를 주거나 서련이 유령 서점사업자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