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사의 문화 관련 프로그램이 잇달아 폐지되면서 문화업계에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공중파 유일의 책 토론 프로그램이 종영한 데 이어 하나 남은 공연 소개 프로그램도 폐지가 결정돼 단기적으로는 고급문화를 알릴 수 있는 통로가 줄어들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문화산업계의 매출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교양프로그램 폐지는 최근 방송계의 지나친 시청률 경쟁 및 광고 매출하락과 상관관계가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허나 비 프라임타임에 편성된 문화 관련 프로그램은 공영방송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될 것으로 시청률경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문화계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폐지…또 폐지…사라지는 문화 프로그램= 공중파의 유일한 책 토론 프로그램인 KBS의 ‘TV 책을 말하다’가 지난 1일 폐지됐다. 김은주 담당 PD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청률이 낮아 방송을 지속할 수가 없어 폐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8년 간 방송한 프로그램의 폐지를 두고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 글이 그치지 않고 있다. EBS는 올 3월 개편을 앞두고 라디오 교양 프로그램을 다수 없애는 대신 영어 교육프로그램 확충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 ‘책으로 만나는 세상’, ‘강지원의 특별한 만남’ 등이 폐지 목록에 올라 있는 상태. 이들 프로그램을 대신해선 ‘팝스 잉글리쉬’ 등 영어 교육프로그램 방영이 계획된 걸로 알려졌다. 김유열 편성팀장은 “아직 확정된 건 없다”며 “2월 중순께 공식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EBS 내부에선 이들 프로그램의 폐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EBS의 한 PD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양관련 다수 프로그램 폐지가 결정된 걸로 안다”며 “아무래도 영어 프로그램의 청취율이 높으니 자본의 논리에 따를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출판계에 직격탄, 공연계도 우려= 잇딴 문화 프로그램 폐지는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움츠린 문화계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스트셀러인 ‘생각의 탄생’(에코의서재 펴냄)은 출간된 지 1개월이 지난 2007년 5월 ‘TV책을 말하다’에 소개된 후 판매량이 전달대비 3배 이상 늘었다. 또 장하준 교수의 ‘쾌도난마’(부키 펴냄) 역시 이 방송에 소개된 후 한 달 만에 8,000부가 나갔다. 출판계에서는 프로그램의 폐지를 두고 방송계가 사회적인 수준을 무시한 처사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설가 신경숙 씨는 “사회적인 코드가 문화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데 공영방송이 고급 문화를 즐기려는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오만에서 비롯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가수 한영애가 7년 동안 진행한 ‘문화 한 페이지’의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배정자 바나나문프로젝트 기획실장은 “‘문화 한 페이지’는 방송사의 유일한 공연 소개 프로그램인데 이 마저 폐지되면 공연을 알리고 전하는 통로가 완전히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옥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최근 선진국들은 문화를 통해 신성장의 해법을 모색하는 데 공영방송들이 시대 정신에 역행하고 있다”며 “문화 프로그램도 재미있고 유익하게 꾸미면 청취율을 높일 수 있는데 경영진이 엉뚱한 데서 해법을 찾으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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