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신용카드 광고가 TV를 도배한 적이 있다. 유명 배우를 앞세운 이들 광고는 "부자 되세요",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 등의 유행어를 양산하며 전 국민을 신용카드 열풍으로 몰아 넣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용카드 대금 연체로 인해 4백만 명의 대규모 '신용 불량자' 들이 생겨났고 신용카드사는 유동성 위기로 쓰러질 위험에 처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TV에서는 대출을 쉽고 빠르게 해준다는 대부업체의 광고가 흐르고 하루에도 수십 건씩 대출 상담 메시지가 온다. 한국은행 통계에 의하면 신용카드 발급 장수는 7년 만에 다시 1억장을 돌파했고 2010년 6월 말 현재 정부에 등록된 대부 업체는 1만 5,380곳에 이른다. '대출 권하는 사회'는'사채 공화국'이 돼버린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신용 불량자를 통해 분석한 책이다. 김대중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과 신용불량자 문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신용불량자 문제는 단순히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정책과 카드 업체의 욕심 때문에 빚어졌다고 주장한다. '신용불량자'라는 표현은 2004년 말 법률 개정으로 사라졌지만 대신 등장한 '과다채무자'와 '채무불이행자'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존재한다. 책은 신용 불량자 문제가 경제위기 이후 금융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루어지면서 신용의 상품화와 더불어 약탈적 대출 시장이 만들어진 결과라고 말한다. 책은 신용불량자의 기원을 카드 사용을 독려해 소비를 활성화시키려 했던 김대중 정부 시절로 지목하고 신용불량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누가 어떻게 신용불량자로 전략하는 지 경로를 탐색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모색한다.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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