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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시장안정대책 실기하지 말아야

회사채를 비롯한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금융당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12년 만에 만지작거리는가 하면 채권담보부증권ㆍ채권안정펀드 등 이전에 시행됐던 카드까지 모두 꺼내 검토하는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 등으로 경기상황이 어려워 걱정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통령의 관심이 다행스럽지만 실제 시장의 흐름은 우려 수준 이상이다. 중소기업과 비우량기업이 몰려 있는 신용등급 BBB-급 회사채 금리는 두 달도 안돼 0.6%포인트 이상 오르며 9%선을 훌쩍 넘었다. 얼마 전 없어서 못 팔았던 AA-급 회사채도 3% 중반대로 뛰었다. 주가가 이달 들어서만 200포인트 넘게 빠지면서 기업공개(IPO)도 줄줄이 무산됐다. 비우량기업은 물론 우량업체들까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가 사실상 막혀버린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출구전략 가시화가 외국인 자금의 한국시장 이탈로 나타나고 중국의 유동성 경색 움직임은 경기둔화로 이어져 그렇지 않아도 고전하는 수출에 또 다른 걸림돌로 부상했다. 기업들로서는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올해 초 회사채 대란설이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움직이지 않았다. 실제 위기가 닥치지 않은 상황에서 개입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 직전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위기는 이미 현실화돼 기업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시장안정대책을 내놓아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철저하게 하면서 시장안정에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책들에 대한 검토도 이미 반년 이상 진행돼왔다. 그렇다면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때를 놓치면 시장은 이미 질식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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