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이용택 금융부장 ytlee@sed.co.kr
“지주회사의 성공 여부는 자회사들이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오는 2005년은 신한금융그룹 자회사들의 협력체제와 시너지가 본격화되는 한해가 될 것입니다. 이는 2008년 국내 선두 금융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골자로 한 중장기 비전인 ‘뉴뱅크’ 전략이 가시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영휘(사진) 신한지주 사장에게서 받은 첫 인상은 조용하고 차분하다는 것이다. 원칙에 충실하면서 합리적이란 느낌도 든다. 그는 인터뷰 내내 뉴뱅크의 전략과 비전에 대해 조용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설명해나갔다. 이런 그의 모습처럼 신한지주도 특별히 튀지 않는다.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거창한 홍보나 마케팅 전략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경쟁상대로 신한지주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시너지 창출효과가 큰 지주회사의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데 주목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최선두권으로 도약해가는 조용하지만 강한 금융그룹이란 평가다. 현대증권은 최근 신한지주를 ‘명품은행’이라고 평가했고 LG투자증권은 ‘가장 이상적인 합병모델’이라며 ‘매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최 사장은 “단순히 자산규모를 늘리고 물리적인 합병을 통해 몸집만 부풀리다 보면 오히려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지난해 9월 조흥은행을 인수했지만 다른 은행들처럼 바로 합병하지 않고 3년 동안 문화를 먼저 통합한 뒤 합병하는 ‘선(先)통합 후(後)합병’을 추진하는 것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내년에는 조흥은행의 흑자기조가 완연해지고 신한은행과의 통합효과도 가시화하면서 실적이나 경영의 질 측면에서 모두 우수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한지주가 금융지주회사로서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다른 금융회사들도 잇따라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있는데 지주회사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최근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는 등 거시경제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개인 및 기업 고객들은 금융서비스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금융지주회사는 우선 이 같은 금융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게 강점입니다. 특히 지주회사체제 아래에서 금융자회사들의 시너지와 협력을 도모해 복합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습니다. 원포털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신한지주의 목표이고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내년 중으로 뉴뱅크 출범준비를 마치고 2008년까지 국내 1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선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뉴뱅크 전략과 중장기 비전은 무엇입니까. ▲뉴뱅크 전략은 중장기 발전전략의 핵심입니다. 그 하나로 신한ㆍ조흥은행을 단순히 꿰매어 붙이는 게 아니라 섞어서 완전히 새로운 은행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또 안정적인 지주회사 경영체제 아래 금융사업 라인을 완비하고 종합금융서비스 기반을 구축해 2008년까지 자산규모와 시가총액에서 확고한 1위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1ㆍ2ㆍ3’전략을 마련했는데 이는 2008년에 은행(신한+조흥+제주) 부문 1위, 증권(굿모닝신한) 부문 2위, 카드(신한ㆍ조흥) 및 투신(신한BNP파리바ㆍ조흥) 부문 3위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은행권이 올해 사상 최대 순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신한지주의 경영성과가 두드러지는데요. ▲올 3ㆍ4분기까지 연결기준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07.7% 증가한 7,94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올 전체 결산실적도 공정공시상 정확한 수치를 말할 수는 없지만 사상 최대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는 신한은행의 견고한 수익기반과 조흥은행의 흑자전환 등 빠른 수익성 개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신한카드 역시 지난 9월까지 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10월부터는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내년에는 조흥은행의 흑자가 확대되고 자회사들 사이에 시너지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경영실적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한지주와 신한은행의 독특한 문화에 대해 언급하며 ‘진정한 경쟁자는 신한은행(신한지주)밖에 없다’고 말했는데 신한지주의 경쟁력을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후발은행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시중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전임직원이 치열하게 노력했습니다. 이로 인해 실력으로 평가받는 문화가 형성됐고 철저한 성과주의와 엄정한 인사관리제도도 정착됐습니다. 재일교포들이 대주주로 출발한 은행이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아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체제가 확립된 것도 장점입니다. 또 일본식 선진 금융시스템과 서비스 정신을 일찍 도입해 恣느?직접 찾아가는 영업방식이 정착된 것도 다른 은행과 다른 특징입니다. -최근 은행들이 비이자 부문 수익을 강화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를 강화하거나 제휴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신한지주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펀드상품에 대한 고객의 요구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내놓고 있는 상품이 대부분 비슷해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한지주는 국내 채권운용 부문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조흥투신과 해외펀드 상품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신한BNP파리바투신의 특기를 살려 각각 차별화할 생각입니다. 신한BNP파리바투신은 역외펀드ㆍ펀드오브펀드 등 해외 관련 상품으로 전문화하고 조흥투신은 새롭게 허용된 부동산펀드ㆍ선박펀드 등 국내 관련 상품으로 특화시킬 계획입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사모투자펀드(PEF)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는데 신한지주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1년여 동안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PEF 사업을 준비해왔으며 16일 이사회에서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PEF투자회사를 설립, 20일 정식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이 회사를 통해 투자자금을 모아 사업 초기에는 중소기업과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투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산업기업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으로 투자영역을 넓혀 핵심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4%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경기침체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내년도 경영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계획입니까. ▲내년에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증가 폭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고민입니다. 금융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역시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경영실적은 올해보다 훨씬 나아지겠지만 그 이후를 보고 자산건전화와 내실경영을 도모하면서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고객군을 세분화하고 이에 맞는 채널전략을 실행하면서 제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마켓리더로서의 위상을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