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실상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방침을 정하고 이달 안에 양해각서(MOU) 체결을 검토중인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AIIB 가입이 불가피한 만큼, 창립 회원국으로 들어가 초기부터 목소리를 키우는 쪽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측은 AIIB의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이달 말까지 MOU를 체결해야 한다고 시한을 제시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연내 AIIB를 창립해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AIIB 가입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을 해 왔으며 최근 상당한 진전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AIIB 가입 필요성에 대해 미국을 설득해 왔으며 많은 진전이 있었다”면서 “(AIIB와 관련한) 미국의 우려를 한국이 공유하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은 처지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인프라 구축을 현안으로 삼는 상황에서 한국이 AIIB에서 빠지면 대 아시아 외교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AIIB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고 AIIB 내 지나치게 높은 중국 지분이 축소돼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 같은 문제점들이 해결될 경우 한국의 AIIB 가입을 수용한다는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중국측과 투명성 문제,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 등의 기준이 충족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하고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러우지웨이 재정부장(장관)은 “중국 지분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전문가는 “AIIB 지배구조 등을 담은 구체적인 설립 협정문 내용은 MOU 체결 국가들끼리 협의해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과 당장 MOU를 체결하고 창립 회원국으로 들어가는 것이 우리 입장을 관철하는데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AIIB에 가입하면 인프라 개발에 나서는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등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0년까지 아시아지역사회 간접자본 건설수요는 연 8,000억달러(약 72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해 말 AIIB의 첫 MOU 체결식에는 아시아 21개국만이 참여했다가 이후 6개국이 추가로 가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미국 설득 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1월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미국을 방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미국 국무부 재무부 관계자들과 협의하면서 AIIB가입 필요성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외교부 등을 통해서도 미국과 협의를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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