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받지 못해 온 한국의 목판화를 재조명하는 대규모 판화 기획전 '목석(木石)으로 찍은 우리의 옛그림'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오는 17일 개막한다.
우리나라는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목판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12세기 고려시대에 세계 최초로 놋쇠로 만든 금속활자를 만들어 쓴 역사를 가졌기에 명실상부한 '판화 우수 민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세계적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화에 대한 미술사적인 연구나 평가는 부족했다. 판화에 대한 전시도 박물관이나 일부 고미술 전문 화랑에 국한됐으며, 조선시대 의괘도나 지도 등 특정 분야의 판화에만 집중됐었다. 규모있는 전시로는 1971년 경복궁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판화회 전람회'와 1995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고근대 판화전'이 고작이었다. 일본 목판화인 '우키요에'가 프랑스 인상파에 영향을 끼치며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목판화와 일제강점기의 근대 석판화, 대형 고판화 등 200여 점을 선보이는 유례없는 대규모라 눈길을 끈다.
출품작들은 한국근대판화 1세대인 고(故) 이항성 작가(1919~1997)와 그 아들인 이승일(66) 홍익대 판화과 교수가 2대에 걸쳐 50년간 수집한 결과물이다. 국내 최대 고판화 콜렉션전인 이번 전시에는 수집품 중에서도 작품성이 뛰어나거나 희소성이 있어 미술사적으로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것들만 엄선돼 선보인다. 대표작으로는 천문도인 '황도북긍성도'를 비롯해'금강산''평양기성도', 왕릉 행차 장면을 기록한 '능행도' 등이 있다.
전시를 기획한 박미연 가나아트센터 큐레이터는 "척박한 고판화에 대한 관심 고취와 재조명의 시발점이 되는 동시에 판화에 대한 미술사적인 연구가 활성화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8월5일까지 열리며 전시작들은 판매되지 않는다. (02)720-1020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