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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4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FTA 발언 의미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비준해야만 하는 논거를 직설적으로 설파했다. 한미 FTA는 단순히 무역과 경제적 이익을 위한 합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신 아시아정책을 효과적으로 펼치는 데 있어 매우 긴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적은 지금까지 한미 FTA가 양국 간의 동맹관계를 강화시킨다는 쌍무적인 효과에 국한해 논의돼온 것에서 더 나아가 미국의 입장에서 대아시아전략을 구사하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FTA가 갖는 의미를 외연적으로 크게 확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또한 한미 FTA가 한국과 미국에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아시아 전체에도 유익하다고 설명하면서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중국변수(China factor)를 들었다. 이 대통령의 시각은 앞으로 한국이 FTA를 추진함에 있어 어떠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중요한 시사를 주기 때문에 좀더 자세히 음미해보는 게 좋겠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아시아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중국과 인도를 비록해 세계경제의 견인차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시아 전체에 대한 전략적인 밑그림 없이 일본 및 한국과의 개별적인 동맹 강화와 싱가포르ㆍ한국 등과의 양자 FTA등 단편적인 접근만 해왔다는 것이다. 그사이 중국ㆍ한국ㆍ일본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과 각각 FTA를 체결했고 한ㆍ중ㆍ일 세나라는 FTA공동연구를 정부차원으로 격상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수상은 동아시아공동체구상을 내걸고 아시아 중시를 표방하면서 미국과 대등하고 독립적인 외교관계를 주장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번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동아시아에서는 그동안 양국 간 통화스와프에 머물렀던 치앙마이체제를 다자간 지원체제로 발전시키는 성과가 있었고 이는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에 탄력을 더해줄 것이다. 또한 한ㆍ중ㆍ일 3국 간의 역내교역 의존도가 지난 2008년 21.5%에서 2009년 22.3%로 늘어났는데 중국의 성장지속과 상호보완적인 교역구조에 힘입어 역내교역은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의 경제통합을 반대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AMF 설립을 무산시킨 것이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신 아시아정책을 내걸고 단순반대 대신 적극적으로 아시아를 포용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아세안과 통상우호조약을 체결해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텄으며 싱가포르ㆍ베트남ㆍ호주ㆍ뉴질랜드 등 7개국과 일종의 FTA인 범태평양파트너십 협상을 추진하면서 다른 아시아국가들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이 일본 및 중국과의 FTA체결은 요원한데 한국과의 FTA를 빨리 비준하지 않으면 아시아포용정책은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음을 적시한 것이다. 이를 확대 해석하면 한국은 동아시아 통합에 미국이 어떠한 형태든지 참여하는 것에 대해 열린 입장을 갖고 있음을 은연중에 내비쳤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중국에 대한 교역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져 대외적인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 한국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과 FTA를 체결해 무역다변화를 이루려는 시책을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게도 묵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 대통령은 중국이 한국과의 FTA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개시 여부는 한국의 판단에 달렸다고 언급해 한중FTA협상이 조만간 개시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낳게 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FTA를 전략적으로 이용해 미국과 중국과의 전반적 관계강화를 꾀하면서 또 미ㆍ중 간에서 견제를 통한 균형을 이루고 나아가 아시아경제 통합과정에서 미국의 참여를 수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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