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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게으른 국토부

지난 20일 국토해양부는 최근 발생한 자동차 급발진 사고 6건 중 4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오는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나누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2건도 조사 대상에는 포함됐으나 사고 당사자들이 언론 노출을 꺼려 불가피하게 비공개로 결정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6건의 사고로 인한 사망 및 부상자 통계가 궁금했으나 보도자료에는 이 내용이 없었다. 4월 대구 와룡시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3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당했다는 사실만 기억이 났다.

이 사건을 포함한 나머지 사고의 정확한 통계를 확인하려 하자 국토부 관계자는 대뜸 "지방경찰청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통계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관련 통계를 취합해줄 수는 없는지 다시 물었다. 관계자는 "직접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시는 수밖에 없다"며 "사망ㆍ부상자 통계를 확보해야 할 의무도 없고 필요성도 없다"고 답했다.

사망자 수치나 부상의 경중에 따라 조사 범위나 강도ㆍ중요성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데도 이 관계자는 "개별 사건에 대해 조사 필요성이 인정되면 조사를 하면 되는 것일 뿐 사망자가 몇 명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반복했다.

마지막에는 "따지듯 추궁하면 우리도 기분이 나쁘다"는 답이 날아왔다.



요즘 연이어 터지고 있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소비자의 생명 및 안전과 더불어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힌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어떤 개별 사건이든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로 밝혀질 경우 해당 회사에는 회복 불능의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이름도 거창한 '민관 합동조사반'까지 꾸려 운영하는 국토부가 가장 기본적인 통계조차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런 통계는 눈여겨봐야 할 뿌리나 줄기가 아니라 무시해도 상관없는 곁가지일 뿐이라고 믿는 배짱도 놀랍다.

5분 남짓한 통화에는 '됐어, 뭐 그런 것까지…'라는 공공 부문의 여전한 무사안일주가 그대로 집약돼 있었다.

참으로 예민한 사안이고 5월부터 석 달째 조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게으른 행정의 소산으로 모습을 드러낼 결과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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