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우상인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12월의 기적’이 말하려는 사랑이란 주제는 임을 애절하게 기다린다는 내용의 고대 가요 ‘정읍사’와 같아요. 고전 문학은 과거의 낡은 학문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활용할 수 있는 삶의 일부입니다. 이를 발견하려면 독서를 통해 스스로 체득해야지요.”
지난 20일 청소년을 위한 고전 인문학 강좌 ‘교과서 속 인문고전-삶의 길을 걸어온 인문학’의 세번째 강의가 열린 서울시교육청 양천도서관. 강의를 맡은 김은정(사진) 진성고 교사는 학생들이 고전을 화석처럼 여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이처럼 설명했다.
‘선비의 길, 삶의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의에서는 김 교사는 “한국이 다른 동양국가와 가장 다른 점은 문인이 지배했던 조선의 시대정신인 ‘선비 정신’이 남아있다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선비정신의 의미와 이 시대에 왜 선비정신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전 문학을 예시로 들면서 풀어나갔다.
“청소년기는 자기 공부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되는 시기입니다. 공부는 왜 해야 하나, 책은 또 왜 읽어야 하나 이같은 질문이 끊임없이 생기는 때이기도 하지요. 공부를 하는 목적이 스펙을 쌓고 좋은 대학을 들어가고 또 좋은 직장을 구하는 데 쓰이는 방편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를 무시해서도 안되죠 삶의 일부이니까요.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입시라는 현실적인 목표와 행복이라는 인생의 목표는 분리할 수 없으니까요.”
김 교사는 최근 보도된 뉴스의 일부를 보여주면서 서양인들이 보는 한국의 선비정신을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이방원의‘하여가’정몽주의 ‘단심가’이황의 ‘도산십이곡’ 정약용의 한시 등을 소개하면서 인문학을 통해 학생들이 공부하는 이유를 찾아갈 수 있도록 설명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주어진 교과과목의 진도를 나가야 해 평소 하고 싶었던 강의 내용을 못다 해서 늘 아쉬웠는데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몰입해서 강의를 듣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고전 인문학은 삶의 일부이고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느껴야 한다는 저의 뜻이 조금이나마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전인문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일환으로 열리고 있는 이번 강의는‘진정한 효는 무엇인가’‘우정, 왜 필요하지?’등을 주제로 오는 2월 3일까지 열린다.
고인돌 사업은 문학ㆍ역사ㆍ철학 외에도 미술ㆍ건축ㆍ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인문학의 외연을 넓혀 폭넓은 강의를 이어간다. 22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과 중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 강좌의 참가는 무료이며, 세부 프로그램 내용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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