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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품격을 뺀 클래식, 대중곁으로 더 가까이

클래식 품은 클럽… 오늘밤 클라리넷 선율에 취한다<br>'DJ 음악+오케스트라' 옐로 라운지 등 여러 장르 합친 크로스 오버 공연 확산<br>각본대로 진행되는 딱딱한 이미지 훌훌… 맥주 한잔 즐기며 무대 아래 자유 만끽


# 금요일 밤 퇴근길에 들른 서울 강남 한복판의 '옥타곤클럽'. 클럽에 들어서자마자 DJ가 들려주는 음악과 현란한 퍼포먼스에 시선을 빼앗긴다. 폭발적인 디제잉 퍼포먼스와 자유로운 객석의 에너지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지고 만다.

그렇지만 오늘 무대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베를린·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수석들로 구성된 앙상블 '더 필하모닉스'다. 공연의 레퍼토리는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퓨전'이다. 이곳에서는 피아졸라의 탱고,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제대로 모르더라도 절대 교양 없는 관객으로 치부되지 않는다.

점잖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끈적한 탱고 선율에 눈과 귀를 빼앗기도 전에 바로 DJ들의 화려한 디제잉 퍼포먼스에 또 한번 시선이 고정된다. 관객들에게는 세상 어디에도 없던 '신선한 충격'이다. 여기가 클래식 공연장인지 클럽인지 헷갈리는 순간이다.클럽에서 만나는 클래식 무대는'옐로 라운지'라고 한다. 여기에는 정해진 좌석도 없고 '짜인 극본'처럼 타이밍을 맞춰 박수 칠 필요도 없다. 클럽에서 준 무료 음료권으로 맥주 한잔을 즐기며 그저 '무대 아래의 자유'를 만끽하면 된다.

클래식이 변하고 있다. 소수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만 어필할 수 있는 딱딱하고 보수적인 방식 때문에 대중에게 점차 외면당하고 있는 클래식. 이런 위기의식이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다양한 시도를 낳고 있다.'뮤클래쇼''아르츠 콘서트' '옐로 라운지'는 바로 이런 몸부림의 결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최근 발행한 '2013 문예연감(2012년 기준)'에 따르면 클래식을 포함한 양악 분야에서 여러 장르를 결합한 크로스오버 공연이 점차 힘을 발휘해가고 있다.

순수 기악공연의 비중이 4,192건(55.9%)으로 여전히 가장 컸지만 혼합공연도 861건(11.5%)으로 전년의 634건(8.5%)보다 늘었다. 다양한 장르를 섞어놓은 컬래버레이션(여러 예술가가 나눠서 작품을 제작하는 것) 공연이 점차 늘면서 관객들의 클래식 공연 선택폭 또한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컬래버 공연의 대표주자인 뮤클래쇼는 지난 10월 국내 무대에서 세계 최초로 시도됐다. 대중이 딱딱하게만 여겼던 클래식 장르를 하나의 뮤지컬극 스토리로 접할 수 있도록 각색한 것이다. 한 스토리에 여러 클래식 장르를 선보이며 클래식 연주자들이 연극배우들과 함께 등장해 음악과 연기를 함께 선보인 '열정(PASSION)'은 뛰어난 실험극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 공연을 기획한 TMD의 임혜인 대표는 "의외로 관객 반응이 좋았고 올해 3주밖에 공연하지 못한 점이 굉장히 아쉬웠다"며 "뮤클래쇼에 대한 관객들의 수요가 높아 내년에도 이와 같은 성격의 공연을 또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국내에 처음 등장한 옐로 라운지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 유명 기타리스트 밀로시가 서울 강남의 클럽에 등장해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기획사인 유니버설뮤직 관계자는 "아무래도 공연장소가 클럽이다 보니 정통 클래식 공연과 달리 젊은 관객들이 많이 모였다"며 "여느 클래식 공연처럼 가만히 앉아서 보는 게 아니라 다들 클래식 탱고 선율과 DJ 퍼포먼스에 몸을 자유자재로 흔들며 자유롭게 즐기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클럽 라운지가 꽉 차 무대 위 아티스트와 관객들이 뜨겁게 호흡했다"며 "한공간에서 두 장르의 음악을 동시에 듣는 것에 대해 관객들이 큰 매력을 느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옐로 라운지는 사실 유럽에선 이미 익숙하다. 유럽 음악계에서는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일찍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 일환으로 유니버설뮤직은 2004년 독일에서 옐로 라운지를 처음 도입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 후 런던과 암스테르담 등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됐다.

유니버설뮤직은 "앞으로도 가벼운 클래식 공연으로 기존 클래식 수요층 바깥에 있었던 젊은 세대와 관객들을 흡수할 것"이라며 "올해 관객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았던 만큼 옐로 라운지뿐 아니라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공연 기획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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