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3년간 투자·배당·임금증가 등이 이익에 비해 부족할 경우 법인세를 추가 징수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럼에도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이토록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심상치 않은 징후다. 하긴 주요 대기업들의 처지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국내외 할 것 없는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생산량 증가를 위한 설비투자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해 40조원 가까운 돈이 주요 기업들에 묶여 돌지 않는다는 것은 거시경제 전체로 보면 부정적 영향이 크다. 국내총생산(GDP)의 2%가 넘는 돈이 경제순환 사이클에서 퇴장한 데 따른 성장동력 상실은 단순한 계산 이상으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개별 그룹이나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함이라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투자부진과 경기침체, 다시 투자부진의 악순환만 부를 뿐이다.
30대그룹의 사내유보금이 이처럼 대폭 늘어난 것은 결과적으로 현 정부 경제팀의 정책실패다. 정상적이지 않은 징벌적 과세제도까지 도입했으나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정부의 기업 투자유인 정책에 커다란 결함이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들도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연구개발(R&D) 등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겠지만 정부도 이에 맞춰 기업들이 실제 투자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고민해야 마땅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