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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직업교육의 불편한 진실

이병욱 충남대 기계금속공학과 교수


지난해 11월 독일 뮌헨 상공회의소(IHK)와 현지 직업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선진국의 직업교육 학교와 관련된 기관을 방문할 때면 해당 기관책임자들은 빼놓지 않고 "한국의 직업교육은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에게 무엇을 배우러 오냐"고 질문한다. 그 물음의 배경에는 단기간에 이룬 괄목할 만한 한국의 경제 성장과 선진국 어느 나라도 기록하지 못한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18번이나 종합우승한 전력 등이 있다.

기술인력 양성책임 학교로만 돌려

우리에게는 씁쓸한 고민이 돌아온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의 우수성에 대해 언급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직업교육에서도 불편한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 방문과 취임 1주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계기로 언급되고 있는 스위스의 직업교육훈련 시스템을 살펴보자. 스위스에서는 연간 약 8만명의 훈련생들이 1주일에 학교에서 1∼2일 동안 이론수업을 받고 3∼4일은 상호 계약된 기업에서 현장훈련을 받는 이원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6만여개의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실습장과 교육훈련담당자를 제공하고 교육훈련을 이수한 학생들을 상호 희망에 의해 채용하는 직업교육훈련과 고용이 연계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은 인적자원의 양성과 공급을 국가와 학교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왔고 일정한 기준과 잣대로 인력을 뽑아 쓰기만 하겠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 또 우리 기업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교 중심의 직업교육기관과 대학에서 양성한 인력들의 질이 낮아 신입 근로자 1인당 6,000여만원과 20여개월의 재교육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국의 직업교육 시스템과 대학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게 과연 정부와 학교의 노력만으로 개선이 가능한 것일까. 다른 선진 기업들은 이 정도 규모의 신입사원 재교육비용을 투자하지 않을까.



해답은 산학협력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산학협력은 인력의 공급과 수요 불일치로 발생하는 기업의 구인난과 청년의 취업난이 공존하고 있는 현재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주요한 방안이다. 따라서 산학협력이 확산되면 기업의 인력 미스매치가 사라질 것이므로 기업은 이 부문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즉, 직업교육 수요자로서 기업의 직업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전제될 때 내실 있는 직업교육 시스템이 완성될 수 있다.

기업 투자 늘려야 재교육비용 줄어

스위스는 직업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투입하는 재정 규모가 연간 90억 스위스 프랑(약 10조7,500억원)이며 여기에 연방 및 주정부가 39%, 기업이 61%를 투자하고 있다. 기업이 이렇게 투자하는 이유는 기업의 입장에서 근로자 채용과 생산성의 편익이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 시대를 맞이해 연구개발(R&D)을 통해 창출된 아이디어를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상품화할 수 있는 기능·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종래의 정부 지원에 의한 학교 중심 직업교육 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직업교육 시스템과 학생들의 교육훈련 경로를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신입사원 1인당 재교육비용의 1%에 해당하는 60만원 정도를 학생 1인당 유·무형의 교육비용으로 직업교육기관과 이론중심의 대학에 투자하면 기업의 입장에서 많은 재교육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도 보다 밀착된 산학협력으로 양질의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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