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둔화에 빠지면서 지난 1937년의 '더블딥(이중 경기침체)'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미국 경제가 지표상으로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리세션(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5월 필라델피아제조업지수가 -5.8을 기록하며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점, 콘퍼런스보드가 집계한 4월 경기선행지수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점을 경기침체의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미국의 민간 경제전만기관인 경기순환연구소(ECRI)의 조사 결과 지난 3개월간 실질 개인소득 증가율이 과거 10차례의 경기침체 초입 단계 때보다 낮았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경기침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에 빠진 후 최근 실업률이 개선되는 등 회복 조짐을 보이는 미국 경제가 다시 후퇴하는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 정치권에서 재정삭감 논란을 해결하지 못하고 내년부터 1조달러 규모의 자동 재정지출 감축이 시행될 경우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정부는 대공황 직후인 1937년에도 경기회복 기미가 나타나자 부채를 줄이기 위해 긴축정책을 실시했다가 1년 만에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으며 더블딥을 야기한 바 있다. 일본 역시 1990년대 중반 섣부른 재정 긴축에 나섰다가 아시아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에 봉착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미국 경제가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질 경우 유럽 재정위기와 맞물려 상호 작용을 하면서 위기가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17개국은 재정 및 통화 수단이 통합돼 있어 상호 간에 침체를 가속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국가에서는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단 해리스 리서치헤드는 "미국에 닥칠 긴축 혹은 '재정절벽(재정지출의 급격한 삭감)'에 대해 시장에서 이상하리만큼 무관심하다"면서 "미국의 경기침체는 유럽에 실질적인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16일(현지시간) 공개된 4월25~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재정절벽이 거대하며 FRB의 힘만으로는 재정절벽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FRB 일부 위원들은 미국 경제가 모멘텀을 잃거나 전망에 하방 리스크가 커질 경우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관심이 지난번에 비해 다소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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