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석9단이 예측한 수순이 그대로 펼쳐졌다. 흑79로 근거를 박탈당하고 보니 우변의 백대마는 이미 세력이 아니고 곤마의 입장이다. "곧 던질 겁니다."(최철한) 최철한의 예상은 빗나갔다. 박문요는 집요하게 끝까지 두었다. 마치 마라톤을 완주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하긴 중국기사들은 모두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바둑은 스포츠니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이 바둑은 2백83수까지 진행되었고 모든 끝내기수순이 두어진 이후에야 박문요가 돌을 던졌다. 계가를 했으면 흑의 2집반 승리였다고 한다. 끝내기까지 모두 마쳤으면 계가를 해야 마땅하건만 박문요는 돌을 던졌다. 종반의 수순은 무의미하므로 소개하지 않는다. 수순 가운데 흑89는 음미할 한 수였다. 이 수로 참고도1의 흑1에 이었다가는 대형사고가 일어난다. 백4로 들이미는 묘수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때가 백이 던질 찬스였어요."(윤현석) 강동윤이 흑89로 받았을 때를 말함이었다. 끝내기에서 강동윤은 무조건 안전운행으로 일관했다. 그 과정에서 아마 5집은 족히 물러선 것 같다. 그러나 아무도 강동윤을 비겁하다고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이기면 되는 것. 이기면 모든 부끄러운 과정이 용서가 되는 것이다. "백의 패인은 중반에 좌변을 넘어가지 않은 것입니다. 대세를 낙관하다가 덜미를 잡혔어요."(윤현석) 참고도2의 백1 이하 흑4까지가 실전의 진행인데 백3으로 4의 자리에 곱게 넘어갔으면 백이 아주 편한 바둑이었던 것이다. 201수이하줄임 흑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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