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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로스쿨 졸업생 쏟아져… 새내기 변호사 일자리 만들어줘야죠<br>준법지원인·로클럭 등 인력 확충 법제화 최우선<br>서민 지원위해 민사사건에도 무료 변호사제 도입<br>국내 로펌, 서비스질높여 법률시장 개방 대비를



"로스쿨 졸업생들이 본격적으로 법률시장에 진입하면서 최근 변호사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재임기간에 젊은 변호사들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안점을 둘 생각입니다."

25일 제47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에 취임하는 위철환(55ㆍ사진) 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젊은 변호사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줄까 하는 것이다. 과거 변호사 수가 많지 않았던 시기에는 판검사가 되거나 법무법인(로펌)에 취업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들이 본격적으로 변호사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현재 변협에 등록된 변호사만도 1만4,500여명. 여기에 한해 3,000명 가까운 새내기 변호사들이 생겨나면서 변호사들의 대우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이 같은 어려운 여건에서 제47대 변협 회장에 취임하는 위 회장을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 사무실에서 만나 법조계의 현안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위 회장은 얼마 전 부산광역시가 변호사를 7급 직원으로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착잡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변호사의 위상이 참 많이 달라졌구나'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위 회장은 "1만4,000여 변호사들을 거느린 단체의 수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위 회장이 변협회장 선거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내놓은 데는 이 같은 절박함이 배어 있다. 위 회장은 "변호사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입법부에는 입법보좌관을, 사법부에는 로클럭(재판연구원)을, 기업에는 준법지원인을 늘리고 관공서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법률담당관제를 둘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국회를 찾아가 법제화될 수 있도록 힘을 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위 회장이 일자리 창출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 것은 자신이 선거 당시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보통변호사'가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경제양극화가 사회의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는 법조계도 마찬가지"라며 "대형 로펌과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사건을 싹쓸이하면서 보통변호사는 먹고 살기가 어려워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변호사들의 일자리에 신경을 쓴다고 해서 위 회장이 변호사 권익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한변협 회장 임기 중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할 할 사항으로 '서민을 위한 민사변호사 구조제도 확대'와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을 꼽았다.

민사변호사 구조제도는 형사사건에서 국선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처럼 민사사건에서도 변호사를 무료로 선임해주는 제도다.

위 회장은 일단 합의부 사건부터 시작해 민사 소액사건에 이르기까지 돈 없는 서민들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위 회장은 "일반서민들이 억울할 일을 당해 당연히 이길 것으로 알고 소송을 했는데 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법적 논리로 제대로 주장하고 입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이런 상황에서 생겨난다는 것이 위 회장의 생각이다.

민사변호사 구제제도에는 서민들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해 소송에서 지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위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변호사 강제주의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에서는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이 변호사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냐는 잘못된 시선을 갖고 있지만 위 회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소액사건에서 서민들은 변호사의 도움 없이 소송을 진행하다가 제대로 입증하지 못해 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사람들을 이기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사법적 복지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에서 일정범위의 민사사건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률구조제도를 확대하고 이 부분을 변호사 강제주의와 결합하면 서민을 위한 사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제도를 통해 서민들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이길 사건을 마땅히 이기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는 것이 위 회장의 생각이다. 변호사들의 일자리 창출은 그 다음에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변호사들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법률구조제도를 확충하면 결국 서민들은 법률적 도움을 받게 되고 사법부는 정의가 실현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으며 또한 젊은 변호사들의 일자리도 늘어나게 되므로 그야말로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현실에 와 닿는 이러한 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 회장은 변호사 선발방식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위 회장이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로스쿨의 불합리한 점이다. 오는 2017년을 마지막으로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2018년부터는 법조인을 로스쿨 졸업생 중에서만 뽑게 돼 있다. 문제는 로스쿨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위 회장은 "과거 사법시험은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됐는데 현재와 같은 비싼 로스쿨 체제에서는 이런 것이 없어지게 된다"며 "이 사다리가 없어지면 공정한 사회의 규칙이 깨질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든지 아니면 일본처럼 예비변호사시험제도를 도입하든지 해서 중산층의 사다리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내각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 이는 법조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사라져야 할 문화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전에 어떤 직책에 있었다는 이유로 전화 한 통화로 수임료를 받는 것은 관직을 팔아 배를 불리는 일"이라며 "그럴 거면 경제인으로서 돈을 벌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전관예우는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 회장은 "전관예우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전관예우가 있다고 느낀다"며 "같이 연구해서 전관예우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국내 로펌이 경쟁력을 강화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회장은 "서비스가 좋고 능력이 좋으면 외국 로펌을 쓸 수밖에 없다"며 "경쟁력 강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내 로펌 업계의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국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국가적으로 법률사관학교를 만들어 우수한 국내 변호사들이 외국에 나가 현지법과 판례를 연구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 회장은 법원 개혁에 대해서도 명쾌한 입장을 내놓았다. 위 회장은 대법관 수 증원과 심리불속행제도 폐지, 법조일원화 강화를 법원 개혁의 핵심 내용으로 꼽았다.

그는 "상고한 사건이 2년 넘도록 선고가 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그러다 보니 대법관이 판결 이유를 길게 쓰지 않고 한두 줄, 많으면 두세 줄로 '이건 상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해버린다"고 주장했다.



심리불속행제도가 사법불신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판단,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법관 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 심리불속행제도도 폐지해야 한다고 봤다.

법조일원화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국민과 밀접하게 연결돼 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들은 법원이나 검찰이 아니라 변호사들"이라며 "이미 판검사를 변호사 경력이 있는 사람 가운데서 선발하겠다는 법조일원화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를 보다 확대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 회장은 보통변호사인 자신을 뽑아준 변호사들을 위해 앞으로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전국 변호사들이 법조계에 변화의 새 물결이 이는 것을 진정으로 원했고 제가 그러한 시대적 사명을 맡게 된 것 같다"며 "임기 동안 변호사 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게 할 것이며 보통변호사의 성공시대를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문배달·구두닦이 → 교사 → 변호사 → 변협회장… 드라마 같은 인생

■ 위철환 회장은

박성규기자

쟁쟁한 대형 법무법인 대표와 판ㆍ검사 출신 경쟁자들을 꺾고 1만4,000여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 수장 자리에 오른 위철환 회장이 살아 온 인생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다.

위 회장은 학창시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위 회장은 중학교 시절 광주의 한 고등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치렀다가 낙방했다.

이후 자존심이 상한 위 회장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서울로 올라왔다. 친척 집을 전전했지만 짐만 된다는 생각에 부담이 들자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하겠다'고 다짐하고 혼자 나와 살기 시작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위 회장은 남양역과 용산역 일대에서 신문배달부터 구두닦이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우연히 새벽에 누군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야간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심하면서 청소년기의 방황은 마감됐다. 그러나 이미 동급생보다 2살이 많은 상황이었다.

그는 중동고에서 두 살 아래 동급생들과 공부를 했다. 주변에는 폭력서클도 많았지만 유혹에 빠지지 않고 낮엔 일하고 밤엔 졸음과 싸워가며 공부했다.

이런 노력 끝에 전교 수석을 차지하며 졸업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서울교대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교직자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그의 교사 생활은 그리 길지 못했다. 제자의 아버지가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해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것을 본 후 법조인이 되기로 결심하게 됐다.

위 회장은"교사가 안정적인 직업이고 교육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법조인이 되면 곤경에 처한 사람을 직접 도와줄 수 있고 사회에 공헌할 기회가 훨씬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법조인으로 되기로 결심을 굳힌 위 회장은 성균관대 법대로 편입을 했다. 낮에는 교편생활을 하고 밤에는 법대생들과 함께 공부를 했다. 사법시험 합격 발표 후 연수원에 입소하면서 6년간의 교직생활도 마무리하고 법조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위 회장은"젊은이들에게 자기만의 꿈과 비전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며 "어떠한 상황에 있더라도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꿈을 갖고 나아가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 약력

▲1958년 전남 장흥 ▲중동고등학교, 서울교육대, 성균관대 법대 ▲사시 28회(사법연수원 18기) ▲1991년 수원지방변호사회 재무이사 ▲1998년 경기도 건축분쟁조정위원 ▲2002년 수원지법 민사조정위원 ▲2006년 경기도 공직자윤리위원 ▲2009년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수원지방변호사회 회장 ▲2013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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