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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국세청장이 16일 '그림 로비' 의혹과 '성탄절 골프' 논란에 못 이겨 결국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11월 구속된 전군표 전 청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후 1년2개월 만이다. 1988년 서영택 7대 청장이 '문민청장' 시대를 연 후 9명의 청장 중 절반이 넘는 6명이 퇴임 후나 재임 중 구속되거나 불명예 퇴진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취임 후 땅에 떨어진 국세청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국궁진력(鞠躬盡力)'이라는 말을 모토로 내걸며 조직을 바꿔보려 했지만 자신 역시 스스로가 몸담던 곳에 또 하나의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 여기에 검찰이 16일 본격 수사 착수 방침을 밝혔고 특히나 재임 기간 내내 괴롭혔던 신성해운 세무조사 무마 의혹까지 캐겠다고 나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이제 관심은 후임에 모아진다. 추문의 뒤끝인지라 외부 인사에서 고르는 것이 유력하다지만 권력기관장 인사이다 보니 후임자 낙점이 쉽지 않을 듯하다. 국세청 안팎에서 5~6명 정도가 압축돼 오르내리지만 깜짝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간 기업 출신을 고를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물론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우선 거론되는 인물은 허용석 관세청장과 조용근 한국세무사회 회장, 허종구 조세심판원장, 김경원 국민연금관리공단 감사, 오대식 전 서울청장 등이다. 허 청장은 행정고시 22회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등을 거친 조세통이다. 현 정권 출범 후 누구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코드에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권력기관장 인사 과정에서 지역을 안배할 경우 전북 출신이라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을 끈다. 조 회장은 박찬욱 전 서울청장과 함께 9급 출신으로 꽃을 피운 대표적 '국세청맨'이다. 대전지방국세청장까지 지낸 후 물러났는데 임명권자 입장에서는 맨 아래에서 최고 지위에까지 오르는 상징성을 보여줘 국세청에 등을 돌린 여론을 조금이나마 돌려세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허 조세심판원장(행시 21회)은 현 정부에 두터운 인맥이 있어 출범 당시에도 하마평에 올랐다. 일부에서는 허병익 현 국세청 차장과 이현동 서울청장의 기용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지만 승진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개혁의 목소리가 워낙 높아 확률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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