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수면 밑에 잠복됐던 스페인의 공공부채 문제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경기 급랭으로 세수가 줄어든데다 과거 주택ㆍ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흥청망청 돈을 쓴 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 은행의 자료를 인용해 스페인의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87%에 달해 유럽연합(EU)이 오는 2020~2021년까지 목표치로 제시한 60%를 크게 웃돌았다고 9일 보도했다.
유럽위원회(E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3ㆍ4분기 기준 스페인의 공공부채는 GDP 대비 66%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페인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바르셀로나에서 활동 중인 이코노미스트 에드워드 휴는 최근 "스페인의 공공부채가 이미 GDP 대비 70%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앙과 지방정부의 부도어음 7%포인트, 공기업 부채 5%포인트, 연기금 부채 5%포인트까지 더하면 스페인의 공공부채는 사실상 GDP 대비 87% 수준까지 치솟는다"고 경고했다. 이는 스페인 은행의 자체 분석에 부합하는 것이다. 휴는 "공공부채가 90%를 넘어설 경우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EU가 제시한 기준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적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600억유로의 재정적자가 추가돼 GDP 대비 6%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은행들의 구제금융과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민간 유료 도로 계약으로 인해 우발적인 채무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이처럼 스페인의 공공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지난 2008년 리만 브라더스 붕괴 이후 주택 건설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됐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스페인 정부와 지자체들은 체육시설과, 병원, 공항 등을 짓기 위해 돈을 흥청망청 썼었다. 당시 지어진 시설들은 현재 텅 비어 있는 상태다. 또 스페인 정부가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전기료 인상을 억제한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들어오는 돈은 그대론데 지출만 늘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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