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경력 비슷한 사람과 창업땐 아이디어 부족 등 부정적 결과"
곰퍼스 하버드대 교수 주장 눈길
"亞 타이거교육, 시험기술만 익혀 사교육에 돈 쓰지 말라" 비판
"첫 직장 빨리 가져야" 권고도
5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의 핵심 어젠다는 불평등, 유로존 등 글로벌 경제 재침체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정상화의 파장 등이었다. 하지만 매년 1만여명의 경제학자가 모이는 세계 최대 학술행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른 화제의 섹션도 여럿 눈에 띄었다. 학계의 오랜 '앙숙'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재무장관)과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번 총회에서도 격돌했다. 또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창업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됐으며 아시아식 교육의 한계를 분석한 세션도 열렸다. 눈길을 끌었던 세션들을 소개한다.
◇또 맞붙은 서머스와 테일러=5일 서머스 교수과 테일러 교수는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를 두고 지난해 총회에 이어 또다시 열띤 논쟁을 벌였다. 서머스 교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1기 행정부 재무장관을, 테일러 교수는 조지 W 부시 정권의 재무부 차관을 지냈다. 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최근 경기부진의 원인이 상대방 정권 때의 정책오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테일러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재정정책이 경기회복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재정정책, 연준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때문에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현 추세라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는 지난해 32% 수준에서 10년 뒤 80%로 급증하면서 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테일러 교수는 "재정규율을 강화하면 20년 뒤 미국의 생산량은 2.4%포인트, 소비는 1.3%포인트, 투자는 0.5%포인트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서머스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는 최근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반격했다. 그는 "경기부양책은 또 다른 대형 위기를 막기 위한 필수조치였다"며 "똑똑한 정부는 경제적 재앙에 맞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경기부양책의 혜택이 비용보다 클 것"이라며 "미 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인프라 개선 등 오히려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 시작 전 두 사람은 그동안의 악감정 때문인지 맨 먼저 눈길이 마주치고도 다른 토론자나 사회자와 먼저 악수한 뒤 나중에야 마지못해 인사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성공하려면 친구들과 창업하지 마라"=이번 총회에서는 한국도 참고할 만한 창업ㆍ교육 관련 세션이 눈에 띄었다. 폴 곰퍼스 하버드대 교수는 '우정의 비용'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친구들과 함께 창업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통상 교육ㆍ경력 등이 비슷한 사람끼리 벤처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인맥 부족 등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엘리자베스 킹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타이거' 교육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ㆍ대만ㆍ홍콩ㆍ중국ㆍ싱가포르 등의 학생들이 국제경시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올리는 이유는 시험기술만 익힌 데 힘입은 것"이라며 "학교보다 가정에서 많은 돈을 써가면서 사교육 시간을 늘리는 방식은 경제적 관점에서도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노동ㆍ자본 등 생산요소만 축적하는 방식으로 성장하다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 데서 드러나듯 교육 역시 생산성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리처드 존 머피 런던칼리지대 교수는 "빚을 얻어 아이들을 평균 성적이 우수하고 학비가 비싼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지 말라"고 권고했다. 공립학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게 고등학교에서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것이다. 그는 "초등학교 때 상위권을 유지하면 자기 능력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쌓이면서 스스로 공부한다"며 "특히 여자보다 남자아이들에게 상대적인 성적 순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커틀러 하버드대 교수는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빨리 갖는 게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하느냐 여부가 평생 수입과 삶의 만족도, 비만ㆍ흡연율 등 건강까지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