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는 초기 10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협력병원 체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원자력발전소마다 응급구조사를 배치, 완벽한 구호체계를 마련해나가겠습니다." 김종순(53)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선보건연구원 원장은 개원 10주년 하루 앞둔 12일 "한국의 원전 비상의료대책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지만 보다 선진화된 방사선응급 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보완작업도 서두르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방사선보건연구원은 어떤 방사선 사고에도 초기에 대응할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의료봉사를 통해 원전지역 주민의 건강관리를 맡아온 국내 유일의 방사선 의료 전문병원 및 연구기관이다. 체르노빌 사태 이후 15개국 26개 방사선진료기관이 구성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세계방사선비상진료네트워크(REMPAN)에도 가입, 세계적 수준의 의료기관임을 인정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방사선 하면 그저 두려움부터 갖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구상의 토양ㆍ음식물 등 모든 물질에서는 일정량의 방사선이 나옵니다. 식품살균뿐 아니라 품종개량ㆍ해충구제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건설ㆍ제지 등 산업현장과 화학ㆍ나노기술의 발전에도 혁혁한 공을 세운 게 바로 방사선 기술입니다." 김 원장은 "방사선이 폐결핵이나 관절염, 그리고 불치병으로 알려진 암을 치료하는 등 의학발전에 큰 획을 긋고 있음에도 방사선에 대한 인식이 10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게 아쉬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원전 주변의 방사선량은 최대 0.01m㏜(1㏜는 1g의 라듐으로부터 1m 떨어진 거리에서 1시간 동안 받는 방사선의 양) 정도"라며 "자연에서 연간 받는 방사선량 2.4m㏜와 비교하면 240분의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원장은 "방폐장의 방사선량은 엑스레이 한번 촬영할 때 쪼이는 양의 10분의1, 비행기로 유럽여행을 다녀올 때 받는 양의 7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13년간 조사해본 결과 원전 종사자들의 암 발생률은 일반인보다 낮거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역설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방사선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것과 관련, 김 원장은 "극소량의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선진국과 연계해 추진 중인 저선량 방사선 연구가 완성되면 방사선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주민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원전주변 주민들에 대한 무료 종합검진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습니다. 당뇨와 간염, 복부초음파 등 정밀진단을 통해 현재 주민 1,600여명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게 큰 보람이기도 합니다." 경남 함양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내과 석ㆍ박사를 받은 김 원장은 국립의료원 핵의학 과장, 일본 교토대 및 율리히(Julich) 연구소 교환연구원 등을 역임한 뒤 현재 대한방사선비상진료협의회 회장, 세계핵의학회 국제정책연구위원회 위원장, 대한방사선 생명과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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