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강동윤이 백으로 두게 되었다. 희한하게도 강동윤의 5연승은 모두 흑번으로 두어진 바둑이었다. 행운이 계속 따랐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행운이 그쳤다는 해석도 가능할 듯한데…. "아무 관계 없어요. 강동윤은 원래 백으로 더 잘 두는 체질이니까요."(온소진) 온소진4단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타이젬의 생중계 해설을 맡았다. "오늘 강동윤이 이기면 신기록인 6연승입니다. 이미 연승상금 3천만원이 확보되었고 오늘 이기면 4천만원이 됩니다. 그리고 상하이에 가서 7연승에 도전하는 것이지요."(윤현석) "일단 기세를 탔으니까 6연승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강동윤이 자신감에 차있고 무엇보다도 5연승의 내용이 아주 좋습니다. 거의 모두 완승국입니다."(온소진)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생각했다. 일본이 과연 전패로 물러날까. 일본바둑의 저력은 남아있지 않다는 말인가. 바둑 한 판에 이틀의 시간을 쏟아붓는 일본 고수들의 염원은 이제 완전히 소멸된 것일가. 대국 장소인 부산 농심호텔에 다녀온 실무자들의 얘기를 며칠 후에 들어보니 이날 다카오 신지는 정말 비장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5명이 출전하는 국가대항전의 주장으로서, 앞의 4명이 모두 거꾸러진 마당에 최후의 일전을 위해 출전하면서 어찌 비장하지 않았을 것인가. 백4까지는 흉내바둑의 양상이다. 강동윤이 6집반의 덤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흑9를 보자 온소진이 말했다. "이 패턴이 이번 농심배에는 자주 등장하는군요."(온소진) 그러고 보니 박문요와 두었던 판에서도 등장했던 형태였다. 백10은 절대수라고 볼 수 있다. 참고도의 백1로 나와서 3으로 끊는 싸움은 어떻게 변화되어도 흑이 나쁘지 않다. 온소진이 예시한 정석은 흑16까지였는데 이것 역시 흑이 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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