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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묻지마' 투표를 넘어

공천 잡음 등 정치불신 탓 유권자 분위기 차가워<br>응징성 아닌 미래지향적… 인물·정당 함께 고민해야


올해 우리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치른다. 20년 만의 동시 선거로 이른바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의 의미를 지닌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체제의 수립에 대한 기대가 일고 있다.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와 진보 사이에 세 차례에 걸친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한국의 민주주의는 절차적 수준을 넘어 형식과 실질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하는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총선은 가라앉아 있다. 여러 곳의 선거 현장을 돌아보니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던지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대하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 보다 차갑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치불신으로 인해 누가 되는가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진보와 보수 가리지 않은 '당신들의 말 잔치'에 국민들이 몹시 식상해 있기 때문이다.

제도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국민경선'이니 '25% 컷오프제'니 했지만, 현실은 계파나누기 공천에서 드러난 대로 여성할당제와 직능대표제는 제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여야 정당은 이념과 가치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청년층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복지는 있으나 그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은 안 보인다. 고령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 취약한 노년층의 이해는 철저히 무시됐다.

이번 총선은 죽은 노무현과 살아 있는 박근혜 사이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만치 친노와 친박 계열 정치인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새누리당은 현역의원 144명 중 60명이 출마를 포기하거나 탈락하여 41% 교체율을 보였지만, 지역구 현역 탈락자 47명 가운데 15명이 친박계라면 32명이 친이계다. 민주통합당 현역의원 89명 중 33명이 교체돼 37%의 탈락률을 보였지만, 친노직계 50명과 열린우리당 출신 36명이 전체 공천자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의 껍질을 벗겨보면 영남의 민주정의당이 나오고, 한명숙의 민주통합당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호남의 평화민주당은 사라지고 없다.

19대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은 4년 전 열린우리당 같고, 민주통합당은 4년 전 한나라당과 같아 보인다. 여야정당이 새로운 간판아래 수비와 공격만 바뀌었지 체질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과거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집권세력에 대한 징벌적 성격을 지니는 '묻지마'방식의 투표를 하는 것을 봐왔다. 그러므로 이번 총선에서는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이해 관계를 대변하고 총합할 수 있는 의회 구성이 이뤄질 수 있는 슬기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여러 선거구별로 치러지는 총선에서는 정당 못지않게 인물도 감안해야 한다. 응징성 투표를 넘어 미래지향적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인물과 정당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과거 언행을 통해 그들이 제시하는 정책의 진정성과 실효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찍이 루소는 "국민은 투표할 때는 주인이지만, 투표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선택 받은 소수의 사람들이 거꾸로 국민다수를 지배하는 모순을 지닌다. 현대사회의 규모로 볼 때 직접민주주의는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표성을 책임성과 조화시키기 위해 참여와 토론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선거 이후에도 국민은 주인의식을 지니고 지속적으로 입법과 의정 활동을 주시하고 평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국회 개혁을 위한 국민적 압박이 필요하다. 19대 의회에서 직능과 계층 대변 강화를 위해 지역 대표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을 대표하는 하원과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이라는 양원제를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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