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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1월 8일] 사라지지 않는 올빼미 공시
입력2010-11-07 18:12:47
수정
2010.11.07 18:12:47
최수문 기자
유가증권 시장의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셀런은 지난 2일 장도 이미 마감하고 일반투자자들이 회사를 퇴근할 시간도 지난 저녁 6시5분에 유럽 유통업체와의 셋톱박스 공급계약을 해지했다는 공시를 내놨다. 이튿날인 3일 저녁에도 미국 유통업체와의 공급계약 해지 공시를 게시했다. 회사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을 모두 장 마감 후 공시한 것이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거래소는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 했고 벌점도 부과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코스닥지수가 상승했던 3일 14%, 4일에는 2% 가까이 하락했다. 회사에 관한 부정적인 내용을 장 마감 후에 공개하는, 이른바 '올빼미 공시'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주로 대규모 유상증자, 횡령ㆍ배임, 실적부진, 공급계약 기재 정정 등이 올빼미 공시의 대상이다.
올빼미 공시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회사 측과 투자자의 시각차이에서 나온다. 회사 측이야 회사 주가에 악재가 될 사안에 대해서는 장도 마감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늦은 오후나 저녁때쯤 알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공개하는 데 아침이나 저녁이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공시를 준비하는 데 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늦어진다는 이유도 댄다. 공시를 저녁에 한다고 해서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악재의 내용보다는 '올빼미 공시'라는 '비겁한' 사항에 대해 더 분노하는 것이다. 장 중에 아무일 없다는 듯한 회사의 태도에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손 쓸 틈도 없이 주가 급락이라는 폭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시 준비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기업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호재성 공시에 대해서는 공시 시간을 늦추지 않는다는 지적하고 있다. 호재와 악재에 대하는 상반된 기업의 태도가 투자자들의 불만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다.
공시란 회사의 경영과 관련된 사정을 투자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단순히 공개한다는 의미보다도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알린다는 게 기본 취지다. 이는 자신의 회사에 대해 귀중한 '돈'을 맡긴 투자자에 대한 소소한 배려이기도 하다. 올빼미 공시가 많은 기업에 대해 애초부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자에게 불성실한 경영자가 회사 경영에도 성실할 리가 없다는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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