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2001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대표단 일원으로, 2005년에는 한나라당 대표 자격으로 상하이를 찾은 적 있다.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상하이에서 한중 양국 정부 공동 주최로 열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한다.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는 백범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 집필을 시작한 곳이며 한인애국단을 조직,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준비한 장소로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중국 정부와 협력해 청사를 재정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동포 오찬간담회, 한중 비즈니스 포럼 행사에 잇따라 참석한 뒤 귀국한다. 이번 방중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156명)이 수행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3일 오전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린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오전 개최된 중국의 ‘항일(抗日) 전쟁 및 세계 반(反) 파시스트 전쟁 승전(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끈 것은 참석한 각국 정상과 국빈들의 자리 배치 구도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랐다. 박 대통령의 자리는 성루에서 광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 주석의 오른편 두 번째 자리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다음이었다. 즉 시 주석의 오른쪽으로 푸틴 대통령, 박 대통령 순이었다. 시 주석의 왼편은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의 순으로 역대 중국 지도부가 자리잡았다. 즉 중국 입장에서 외빈만을 보면 시 주석 오른편 순서가 중국이 생각하는 외교적 중요도 평가순서인 셈이다.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는 오른쪽 끝에 떨어져 배치됐다. 중국이 한국과 북한의 외교적 위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중앙 자리에 위치한 것은 중국이 우리 외교의 국제적 위상을 재평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은 물론 박 대통령이 동북아 외교지형에서 주도권을 쥐고 적극적인 행보를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동북아 외교의 주도적 행보에 시동이 걸린 것이다.
◇박 대통령의 높아진 외교위상=중국은 이번 전승절 행사 자리배치를 포함해 방문 기간 내내 박 대통령을 ‘특급 대우’했다. 한때 혈맹관계였던 북한의 최 비서는 이번 중국 방문에서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중국의 외교정책 ‘방향추’가 북한에서 한국으로 서서히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 주석이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혈맹이었던 북한의 손을 서서히 놓으면서 경제적 유대가 더욱 돈독해지고 있는 한국의 손을 더욱 끌어당기는 외교지형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이 이번에 참모진들에게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손님중의 한 분이다. 잘 모셔라”고 특별지시한 것은 이 같은 위상변화의 일면을 보여준다. 시 주석이 이처럼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무력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북한을 껴안는 것은 ‘외교적 실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과는 중국입장에서 정치적으로는 한미일의 반중동맹을 깬다는 의미가 있다. 또 경제분야에서는 양국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 시 주석이 표방하는 ‘대국굴기(큰 나라로 우뚝 섬)’의 중요한 파트너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 동북아 외교 주도권 확보=박 대통령은 이번 전승절 참석에 대한 주변국들의 높은 관심과 평가, 그리고 확고해진 외교위상을 발판으로 동북아 외교지형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단적인 예가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중일 정상회담 한국 개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정상들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불참하면서 한국이 중국에 경도(傾倒)됐다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합의는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즉 동북아에 드리우고 있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구도를 깨뜨리면서 한중일 3국이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공동번영, 발전을 위해 하나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구축하는 박근혜대통령의 능동적인 외교 패러다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전략적 인내’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내년 미국 대선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자국내 정치 이슈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북한 핵과 한반도 안보 이슈에 대해 앞으로 주도적인 행보를 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사이에 끼여 이리저리 치이는 ‘새우 외교’의 틀을 깨고 오히려 미국과 중국을 우리의 전략적 이익에 따라 활용하는 새로운 외교의 틀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G2 활용한 적극 외교 전개 전망=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과 열병식 참석에 이어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16일 오바마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는다.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들고 갈 ‘선물’도 푸짐하게 챙겼다. 시 주석으로부터 북한 핵을 비롯해 미사일 발사, 무력도발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받아냈다. 미국이 듣고 싶어하던 부분이다.
또 한중일 3자 정상회담을 10월말이나 11월 초에 개최하기로 했다. 당초 시 주석은 영토분쟁, 역사왜곡 등을 이유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거부감을 나타냈지만 박 대통령이 동북아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시 주석을 설득시켰다.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동북아 안보를 공고히 하기를 원했던 미국으로서는 큰 선물을 얻은 셈이다.
박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서 확보한 ‘외교 근육’을 바탕으로 한미 정상회담, 한중일 3국 정상회담 등 하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자회담과 다자외교를 통해 한반도 및 동북아 외교 이슈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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