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조던 스피스(미국)의 패기도, 50세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의 관록도 '오거스타 새 강자'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왼손 장타자' 버바 왓슨(36·미국)이 2014시즌 남자골프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78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2년 만에 두 번째 그린 재킷을 걸쳤다. 왓슨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최종합계 8언더파)를 기록, 스피스 등을 3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012년 자신의 첫 메이저 우승트로피를 이 대회에서 챙겼던 왓슨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인 통산 6승 중 2승을 마스터스에서 거뒀다. 그는 마스터스에서 2승 이상을 거둔 역대 17번째 선수가 됐다. 첫 마스터스 제패 이후 2년 가까이 메이저 후유증을 겪었던 왓슨은 지난 2월 노던트러스트 오픈에서 우승 갈증을 푼 뒤 마스터스 정상에 복귀하며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우승상금 162만달러(약 16억8,000만원)를 받은 그는 PGA 투어 시즌상금 1위(453만달러)에 올랐다.
20세8개월인 스피스는 올해 결장한 타이거 우즈(39·미국)의 마스터스 최연소 우승기록(1997년·당시 21세3개월) 경신을 노렸지만 타수를 줄이지 못해 요나스 블릭스트(스웨덴)와 함께 공동 2위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우승경쟁은 전날 공동 선두에 오른 왓슨과 스피스의 맞대결로 좁혀졌다. 지난해 PGA 투어 신인왕인 스피스는 7번홀까지 2타 차로 앞서 마스터스 최연소는 물론 35년 만의 첫 출전자 우승 꿈을 부풀리기도 했다.
승부는 왓슨이 1타 차로 앞서 있던 12번홀(파3)에서 갈렸다. 코스가 까다로워 '아멘'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오거스타 아멘 코너(11~13번홀)의 두 번째 홀이다. 파를 지킨 왓슨은 티샷을 물에 빠뜨려 보기를 적어낸 스피스와의 거리를 2타 차로 벌렸다. 12번홀은 왓슨이 지난해 대회 4라운드 때 3차례나 볼을 물에 빠뜨리며 7타나 까먹어 당시 디펜딩 챔피언의 체면을 구겼던 곳이다. 악몽의 홀에서 승기를 잡은 그는 이어진 13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3타 차로 달아났다.
우승을 차지한 왓슨은 그린으로 걸어나온 2살짜리 아들 칼렙을 들어올리며 감격을 누렸다. 칼렙은 2012년 마스터스 우승 직전 입양한 아들이다. 2년 전 어린 아들을 돌보느라 오거스타에 오지 못했던 아내 앤절라는 이번엔 함께 기쁨을 나눴다. 지난해 애덤 스콧(호주)에게 넘겨줬던 그린재킷을 올해 다시 돌려받은 왓슨은 "스콧에게 해마다 그린 재킷을 주고받았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건넸다"고 말했다.
2부 투어를 거쳐 2006년 PGA 정규 투어에 데뷔한 왓슨은 어린 시절 집 마당에서 혼자 골프를 배운 것으로 유명하다. 2006~2008년과 지난해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 1위에 올랐고 올 시즌에도 이 부문 1위(317.7야드)를 달리고 있다.
메이저대회 통산 최고령 우승에 도전했던 히메네스는 2타를 줄여 단독 4위(4언더파)를 차지했고 12년째 마스터스에 출전한 최경주(44·SK텔레콤)는 1타를 줄였으나 전날의 6오버파 부진에 발목이 잡혀 공동 34위(6오버파)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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