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업, 문화사업이란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해볼만하고, 또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혼신을 다해 헌신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라야 가능하고요." 인사동 화랑가의 터줏대감인 '선화랑'의 김창실(75ㆍ사진) 대표가 지나온 33년을 이같이 회고했다.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하고 약국을 운영하던 김 대표는 열정적인 컬렉터에서 화랑주로 변신해 1977년 4월 선화랑을 열었고, 33년간 꿋꿋이 현재의 자리를 지켜왔다. 33주년을 기념해 4월1일 개막하는 '363인전'을 앞두고 만난 김 대표는 "그럼에도 문화 예술 사업중에는 미술계 사업이 가장 해볼만 한 반면 가장 힘들다"며 "딸(갤러리 선컨템포러리 이명진 대표)이 화랑을 하겠다고 할 때 '얼마나 힘든데 나서냐'고 말리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대표는 문화 사업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아 지난해 화랑주로는 처음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김 대표는 가장 보람있는 사업으로 '선미술상'을 얘기했다. 1984년 제정된 선미술상은 오용길ㆍ손수광ㆍ황창배ㆍ이두식ㆍ김병종ㆍ홍성도ㆍ황주리ㆍ문봉선ㆍ서도호ㆍ김범ㆍ박은선ㆍ이이남 등 올해까지 22명의 수상작가를 배출했다. 또 상업화랑 전시는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 이탈리아 조각가 마리노 마리니 전(2007년)을 잊지 못할 전시로 꼽았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마리니의 조각을 본 뒤 그의 전시회를 여는 게 '30년 소원'이 되었어요. 그런데 상업화랑이라고 전시회를 승낙하지 않아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주선한 뒤 우리 화랑에서도 전시를 열었죠." 좋은 일도 많았지만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김 대표는 "1983년에는 화랑에 불이 나 전지 다섯 장 크기의 청전 이상범 그림이 불에 탈 뻔했고 1994년에는 시가 16억 원대의 이중섭 그림 2점이 도난당할 뻔 했었다"고 말했다. 힘들게 꾸려온 지난 날들을 기념하는 전시에는 33주년에 맞춰 젊은 작가 330명이 선정됐고 여기에 중진ㆍ원로ㆍ작고 작가 33명이 참여해 모두 363명의 작품 363점 선보인다. 모두 3~10호 크기 소품으로 선화랑 1~4층 전시장을 빼곡히 메우고, 작가들의 나이대별로 분류돼 세대별 작품 경향을 볼 수 있도록 꾸몄다. 33주년 기념전은 5월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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