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땅' 브라질에 입성, 베이스캠프인 포스두이구아수에 도착한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은 꽤 수척해 보였다. 말로는 "얻은 것도 있었다"고 해도 10일(이하 한국시간)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0대4 패) 뒤 마음고생이 컸을 터. 러시아와의 본선 조별리그 1차전을 6일 앞둔 현지에서의 첫 훈련에서 홍 감독이 꺼내 든 카드는 '충격요법'이었다.
◇직접 공 찬 홍 감독=12일 이구아수 보르본호텔에 짐을 푼 대표팀은 4시간 남짓 휴식한 뒤 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차로 5분 거리인 페드로바소경기장으로 이동해 교민과 현지 주민, 국내외 취재진 등 6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 90분간 공개훈련을 했다. 1차전에 앞서 한 차례 이상의 공개훈련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지시사항이다.
홍 감독은 3개 조로 나눠 실시한 공 뺏기 훈련 중 직접 공을 찼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동안은 보기 드물었던 장면이었다. 전지훈련지였던 마이애미에서의 분위기와는 180도 달랐다. 홍 감독의 '무언의 압박'에 선수들의 몸놀림도 빨라졌다.
홍 감독은 훈련에 앞서 기자회견에서도 "선수들이 어떤 경기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도 그것을 못했다. (평가전 성적에) 분명히 실망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볼 터치가 길다. 옆에서 움직여주는 제3자의 움직임이 좀 더 보완돼야 한다"며 아쉬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사기 저하는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자신감도 내비친 그는 "앞으로 사흘간의 훈련이 가장 중요하다. 자체 경기와 체력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분위기가 처져 있으면 오히려 확 바뀔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낙관론을 폈다. 그는 "평가전 패배보다는 본선이 문제다. 결국 실수를 줄여야 한다"며 "특히 이런 패배는 본선에서의 실수를 줄이는 데 더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허 부회장이 감독을 맡았던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은 벨라루스·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연패한 뒤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뤄냈다.
◇2경기 슈팅 2개 박주영 '일단 좀 쏘자'=소속팀에서의 부진에도 대표팀에 뽑혀 논란이 됐던 공격수 박주영(아스널). 그는 최근 두 차례 평가전에서 골 없이 슈팅 2개에 그쳐 "골로 말하겠다"던 논란 돌파 의지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훈련 뒤 박주영은 슈팅이 부족한 원인에 대해 "선수들끼리 유기적으로 움직여 찬스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돌아보며 "나뿐 아니라 모두가 좋은 유효 슈팅(골문으로 향하는 슈팅)을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과 박주영의 말을 종합하면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는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들이 한 발 더 뛰어주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생각 없이 한 발 더 뛰기만 하면 지칠 뿐. 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긴밀한 호흡에서 비롯된 유기적인 움직임인데 짧은 시간에 이를 되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BBC방송은 한국·러시아전 결과를 0대2 한국 패배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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