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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최악 유혈사태 … 최소 26명 사망

대통령 권한축소 합의안 거부… 시위대 항의하며 경찰과 충돌

안정 찾던 금융시장도 휘청… EU, 우크라이나 제재 검토

정부와 야권 시위대 간 '휴전' 합의로 진정되는 듯했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소 22명이 숨지는 유혈사태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 경찰과 시위대 측은 18일(현지시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수도 키예프에서 발생한 충돌로 경찰 7명을 포함해 최소 22명이 숨지고 1,0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20여년 전 소련에서 독립한 이래 최악의 유혈사태로 기록됐다. 키예프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은 시위대 대부분이 총에 맞아 사망했으며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경찰의 독립광장 시위대 진압과정에서 5명이 사망한 적은 있지만 하루에 22명이나 숨진 유혈사태는 처음이다. 지난 16일 정부와 시위대가 공공건물 점거시위 철수와 구속자 석방에 합의하면서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였다는 점에서도 이번 충돌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유혈사태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새로운 기술관료 연정 구성과 자신의 권한축소를 골자로 한 합의안을 거부하면서 비롯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18일 오후 의사당을 향해 행진했고 경찰이 물대포와 섬광탄을 앞세워 진압하면서 충돌이 확산됐다. 또 시위대 일부가 여당인 지역당 당사를 공격하고 시청 재진입을 시도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경찰은 저녁이 되면서 반정부시위대의 본거지인 독립광장 진압에 들어갔고 이에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맞서면서 사상자는 더 늘어났다. 현재 독립광장에는 시위대 2만여명이 모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해결을 위한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야권 지도자들 간의 회담도 성과 없이 끝났다. 최대 야당인 '바티키프시나(조국당)' 대표 아르세니 야체뉴크는 19일 오전까지 휴전을 제의했지만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야권 지도자인 비탈리 클리츠코는 정부에 즉각 병력철수를 촉구하며 "독립광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야당세력의 일부는 지지자들에게 무기를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등 선을 넘었다"면서 "이들은 범죄자이며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측 간 충돌이 이처럼 격화되면서 금융시장도 출렁거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가 이번주 내 우크라이나에 2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소식으로 안정을 찾았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사상 최고인 21.92%까지 치솟았다. 주식시장도 이날 4.2%나 떨어졌으며 지난 3일 동안 완만한 하락세를 보여온 5년 만기 CDS프리미엄도 이날 1,207.440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충돌이 격화하면서 러시아의 자금지원으로 다소 개선된 경기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바리노프 유니언투자 펀드매니저는 "러시아의 자금지원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그리브나화에 대한 절하 압력은 갈수록 가중되고 조만간 뱅크런도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통화인 그리브나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도 7%나 하락했고 외환보유액도 2006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중앙은행은 7일부터 자본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이날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제프리 파야트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는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뉘앙스로 "우크라이나의 폭력 사용에 대한 제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독일도 우크라이나 정부와 야권에 대화재개를 촉구했다.

반대로 러시아는 서방에 책임을 돌렸다. 러시아 외무부는 논평에서 이번 사태가 유럽 정치인들과 단체가 초반부터 극단주의 세력이 합법적 정부를 도발하도록 부추긴 결과라며 야권이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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