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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히어앤데어

뜻밖의 사랑 찾은 뉴욕·베오그라드의 남녀


누구에게는 지옥 같은 곳이 누구에게는 로망이 되기도 한다. 영화'히어앤데어'는 중년 남녀의 로맨스를 다루며 이런 얘기를 하는 예술영화다. 뉴욕의 색소폰 연주자였던 로버트는 지금 월세 아파트에서조차 쫓겨날 신세다. 음반을 발표했지만 단 200장 팔린 이름뿐인 뮤지션이다. 뉴욕이라는 도시에 염증을 느끼게 된 그는 더 이상 색소폰 가방조차 열어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이삿짐을 나르다 친하게 된 세르비아 청년 브랑코가 '위장결혼'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로버트가 세르비아로 가서 브랑코의 애인과 결혼한 뒤 그녀를 뉴욕으로 데려오면 5,000달러를 주겠다는 것.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도착해 출장차 방문했다고 속인 뒤 브랑코의 집에 머물게 된 로버트는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브랑코의 어머니 올가가 불편하다. 올가는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 브랑코가 미국으로 떠난 뒤 전쟁의 상처가 밴 이곳에 홀로 남아 교사 일을 하며 살고 있다. 한때 작가가 꿈이었지만 지금은 테라스에 심어놓은 식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그녀의 낙이다. 끽연과 맥주로 시간을 죽이고 있던 어느날 로버트는 테라스에서 흥얼거리는 올가의 노랫소리에 감정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올가에게 말을 건다. 두 사람이 함께 시장을 보던 중 장미꽃 다발을 선물받게 된 올가는 다가온 사랑에 머뭇거리지 않는다. 미국 가수 신디 로퍼의 남편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손튼이 시크한 뉴욕 남자를, '그르바비차'에서 열연한 유고슬라비아 여배우 미르자나 카라노비크가 매력적인 중년 여인을 연기했다. 여주인공의 농익은 연기, 미국을 증오하는 택시운전사, 미국남자와 엮여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베오그라드 담배가게 아가씨, 이방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베오그라드 주민들의 모습이 두루 섞였다. 세르비아에서 자란 뒤 1991년 유고슬라비아 내전 때 뉴욕으로 이주했던 다코 룬구로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뉴욕과 베오그라드를 대비시켜 보여준다. 히어 앤 데어(Here and There)는 바로 가장 풍요로운 땅 뉴욕과 전쟁의 땅 베오그라드를 상징적으로 말하는 듯 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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