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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의 밀리터리 레터] 신고, 또 신고… 무인기 발견은 로또될까

8일 하루에만 11건 신고, 3곳은 조사 중

국민 신고 더 늘어날 가능성

강원도 삼척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추정 무인기./사진=국방부

8일 접수된 무인기 신고가 11건이라고 합니다. 군 당국은 8건이 신고자의 착각이었거나 대공 용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답니다. 나머지 3곳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강원도 강릉과 동해, 경북 영양이 북 추정 무인기 발견 의심지역인데요. 영동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국민들의 신고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대북 경계심과 안보의식은 물론 ‘발견해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무인기가 운석이나 로또보다 확률이 높다’고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신고한 무인기에서 대공 용의점이 나온다면 과연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간첩선을 신고할 때 최대 7억5,000만원, 간첩은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인기 신고에 대한 보상이란 당장은 어렵습니다. 관련 규정이 없는 탓이죠.

군 당국도 이런 점을 감안해 규정을 정비할 생각입니다. 타당합니다. 새로운 위협이 생겼다면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다만 규정이 마련되고 보상금 지급 기준이 생겨도 최대 7억5,000만원까지 받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북한제 무인기 습득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이득이 간첩선 발견으로 대한민국이 얻을 이익보다 훨씬 작기 때문입니다.

간첩선, 특히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공작 모선(母船)에는 간첩 뿐 아니라 선박을 조정하는 인원과 간첩을 교육하고 지도하는 인원까지 승선하기 마련입니다. 적재 무기도 적지 않고, 자선(子船)까지 함께 포획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7억5,000만원이 지급되는 것입니다.

파주나 백령도에서 북 추정 무인기를 발견한 분들이 가능한 많은 보상금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강원도 삼척에서 무인기를 찾아냈던 분들은 경우가 조금 다릅니다. 최초 발견이 작년 10월이었지만 신고는 최근이었다는 사실이 걸립니다. 물론 안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뒤늦게나마 신고한 점은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발견 뒤에 무인기에서 나온 카메라를 임의대로 ‘폐기’하고 저장장치는 떼어내서 내용물을 지우고 사용한 행위는 형법의 적용을 받을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더욱이 한 사람의 단독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라 3명이 뜻을 모았다면 공모죄까지 성립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동호인이 고가의 RC 모형기를 잃어버렸는데 누군가 거기에 장착된 카메라를 떼어내 폐기하고 저장장치는 사용했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정상을 참작할 여지는 있습니다. 국가 안보에 기여했다는 점이죠. 하지만 지난해 10월 발견 즉시 신고했다면 무인기에 대한 대응 태세를 보다 일찍 갖췄을지도 모릅니다. 6개월 지각한 신고로 인해 대응도 지각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유재산권의 보장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기본입니다. 현대 국가체제의 이론을 제공한 영국의 존 로크가 ‘정부론’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삼권 분립이 아니라 개인의 재산권입니다. 아무리 총기사고가 빈발해도 미국이 총기소유를 규제하지 않는 데에도 로크가 말한 개인의 천부적 권리에 대한 보호 의식이 미국인들의 인식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아무리 급해도 사회를 이루는 기본은 지켜져야 합니다. 합리적 의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 동의를 얻기에 꺼림칙한 것이 있다면 소상하게 설명하거나 동의를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사회는 건강하고 긴장하는 정신 속에서 가능합니다.

무인기 발견이 로또만큼은 아니어도 보상해야 한다는 데는 전혀 이의가 없습니다. 당연히 평가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기본만큼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보상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가는 것입니다. 절차와 결정 역시 광범위한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정부는 중차대한 사안일수록,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일수록, 한 점 의혹 없이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정부가 하루바삐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무인기를 찾아내신 분들이 가급적 많은 보상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번 사건으로 전국의 무인기 동호인들이 위축되거나 피해를 입는 일이 없기를 소망합니다.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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