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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바링허우 농민공' 低賃 불만 폭발… 中 노동운동 기폭제로

열악한 근로환경·집값 폭등 겹쳐 파업 들불처럼 확산<br>현지 한국기업들 "불똥 튈라"… 임금 인상등 서둘러<br>中 정부도 노조 설립 독려등 근로자들 측면지원 나서

베이징 외곽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자우궈(29)씨는 작업에서 손을 떼고 잠시 쉬는 시간마다 동료 농민공들과 삼삼오오 모여 회의를 하느라 바쁘다. 회사에서 주는 월 최저임금 800위안(14만원)에 만족하지 말고 꿍후이(工會), 즉 노조를 만들어 임금 인상 협상을 해보자는 취지다. 자우궈는 동료들을 만날 때마다 "급등하는 베이징 집값 등으로 어차피 삶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며 "도시를 떠날 수 있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보자"고 설득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최근 노동자에게 노조결성 등을 통해 적정 임금 쟁취 등 권익을 찾으라는 통지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처럼 정부도 근로자를 지지하고 있는 만큼 동료들과 함께 힘을 모아 목소리를 높일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 중국에는 자우궈와 같이 그동안 억눌려왔던 불만을 표출하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행동에 나서는 농민공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도 날로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해소는 물론 수출주도형 성장 방식에서 내수 주도형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등 생활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 근로자의 노동운동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빠링허우 농민공, 중국 노동운동 기폭제= 들불처럼 번지는 중국 노동자 노동운동의 기폭제는 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이른바 '빠링허우(80後)' 농민공이다. 지난달말 중국 광동성 포산의 혼다자동차 부품공장에서 20대의 앳된 얼굴의 노동자 1,900여명이 중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16일간의 장기파업을 벌인 것이 그 시발점이다. 이들은 회사의 꼭두각시 역할을 했던 관변 노조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노조를 결성해 동종업계와의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주장했다. 혼다자동차측은 이들 신세대 노동자의 파업으로 광둥성 4개 완성차 공장의 조업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급박하게 치닫자 20~30% 안팎의 임금인상안을 발표했다. 이런 임금인상은 기폭제로 작용했다. 광동성의 또 다른 혼다자동차 부품 공장 노동자는 자신들도 똑같이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에 들어갔다. 비슷한 시기 터진 중국 최대의 전자기기 하청 생산업체인 팍스콘 노동자의 연쇄 자살사건도 노동운동을 일으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대만계인 팍스콘은 중국 남부 선전 공장에 40만명을 포함, 중국 전역에서 80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높이 10m 담장으로 둘러싸인 '팍스콘 제국'에서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월 1000위안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받고 기계처럼 일했다. 견디다 못한 빠링허우 농민공 10여명이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 저항을 선택했다. 팍스콘은 마땅히 지급했어야 할 근로자들의 주택적립금도 상당부분 떼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근로자 착취의 진상이 드러난 팍스콘은 '3개월내 임금 100% 인상'이라는 타협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들불처럼 번지는 파업사태= 혼다자동차 사태는 여타 다른 회사 사업장의 파업 사태로 확산되고 있다. 상하이의 샤프전자 공장, 장쑤성 우시의 니콘 카메라 공장, 허난 핑딩산 방직공장, 윈난 훙허저우 버스기사들의 파업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발빠른 임금 인상 합의로 조기에 진화되긴 했지만 베이징현대차에 범퍼 등을 납품하는 성우 하이텍 노동자 1000여명도 원청업체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같은 중국의 노동운동은 빠링허우 노동자들의 의식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이들보다 한 세대 앞선 아버지ㆍ어머니 뻘의 농민공들은 중국 정부의 개혁ㆍ개방 정책에 따라 무작정 도시로 나와 묵묵히 일만 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들의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을 보고 중국에 거대 생산기지를 만들었고 그 덕에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였고 고속 경제성장을 일궈냈다. 하지만 이같은 공식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수출 전진기지인 중국 광동성을 중심으로 개혁ㆍ개방을 선도하며 중국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동남부 연안의 기업들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80년대부터 실시한 1가구 1자녀 정책에 따라 젊은 인구의 비중이 줄기 시작했고 이는 최근 몇 년 들어 노동 인력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 80년대 이 이후 태어난 이들이 빠링허우 세대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독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자기 주장이 강하다. 성장 과실의 분배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최근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고 내 집 마련의 꿈이 사라지면서 이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현재 1억5,000만명으로 추산되는 농민공중 1억명 가량이 80년대 이후 태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들은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 도시 공장에서 희망 없이 일하느니 내륙의 고향이나 중소 도시로 옮겨 집도 장만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겠다는 욕구가 강하다고 말한다. ◇현행 후코우제도 폐지 등 정책변화 잇달아= 중국 정부도 이들 빠링허우 농민공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의 폭발력에 주목하고 정책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혼다자동차의 파업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중국 정부는 기업에 대해 꿍후이(工會), 즉 노조를 적극적으로 설립하고 이를 통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통해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쟁취하라는 정책문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외자유치와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노동운동을 억제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수 중심으로의 경제성장으로 방향을 틀면서 근로자의 소득 향상이 주요한 목표로 떠올랐고, 이를 위해 근로자 임금 인상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기업 노조는 자체 기업의 자생 노조 성격보다는 제도적으로 공산당 산하 전국 노동조합 조직인 중화전국총공회(中華全國總公會)의 하부 조직 개념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중국 당국 의 노조에 대한 스탠스와 정책에 따라 노동운동도 영향을 받는다. 중국 정부가 최근 농촌과 도시민을 차별하는 후코우(戶口) 제도를 폐지하고 단일 거주증제를 도입키로 한 것도 농민공의 복지 개선을 통해 사회 분열을 막는 동시에 내수 성장을 촉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기존 후코우 제도때문에 도시에 사는 농민공은 농촌 출신이라는 이유로 주거, 의료, 교육 등 각종 복지혜택에서 제외돼 왔다. 가뜩이나 최저임금에 시달리는 터에 농민공은 기본적인 복지에서 소외됨으로써 더욱 더 생활이 궁핍해지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내수 성장을 통한 경제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근로자의 소득, 복지 향상에 진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회 불안을 조성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중국의 노동운동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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