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합의는 획기적이고도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장시간 근로에 의존해온 우리나라 노동문화가 변하는 상징적인 합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국민소득 2만달러와 인구 5,000만명을 동시에 넘어 사실상 선진국에 들어섰음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의 불명예를 안아왔다. 현대차는 이런 오명을 벗는 계기를 마련하면서도 노사가 윈윈하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라는 점에서도 이번 합의는 평가할 만하다. 비록 현대차 노사가 당장 추가 인력고용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앞으로 생산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고용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려되는 점들도 있다. 현대차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조업 작업장이라는 점에서 다른 업종이나 업체에 미치는 파급효과 또한 만만치 않다. 근로시간 단축을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들은 괜찮겠지만 문제는 조선업계 등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업종과 만성적으로 어려운 중소기업들이다. 이들 업체는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보전, 시설투자 확대 등의 여유가 없다. 따라서 강제적이고도 무차별적인 근로시간 단축 확산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관련기업에 세금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주고 전문가를 파견해 컨설팅을 하는 방식 등으로 단계적이고도 간접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은 현대차 사례가 성공해야 하고 이를 위해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서 근로시간 단축→생산성 향상→원가절감→기업수익 확대→추가 고용 등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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