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보수 5억원 이상의 등기임원은 개별보수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해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분·반기마다 엇비슷한 보수를 일일이 공시하느라 실효성도 떨어지는 업무에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왔다. 더욱이 기업인들의 보수가 수시로 공개되는 바람에 급여격차를 놓고 불필요한 사회적 공방이 벌어지는데다 일반직원들의 위화감마저 조성되는 등 득보다 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연간 사업 보고서를 제출할 때 한 차례만 등기임원 개별보수를 공개하도록 한 것도 이 같은 문제점을 충분히 감안했기 때문이다.
임원들의 보수 공시는 애초 신중하게 접근해야 마땅했지만 이제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서둘러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일찍이 관련법 개정 때 공개횟수를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이를 놓친 책임이 크다고 봐야 한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자본시장법을 개정할 예정이라지만 행여 국회에서 또다시 발목을 잡고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단 정치권에서도 불필요한 과잉규제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긍정적 변화다. 다만 야당 일각에서 미등기임원과 집행임원 지시자로 공시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연계전략을 동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임원 보수를 공개하더라도 대상을 사내이사로 엄격히 제한하고 공시범위도 축소하는 글로벌 추세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다. 정부는 국회를 설득해 규제해소 차원에서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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