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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스윙으로 해야 드라이버 샷 거리가 15야드 더 나가죠." 김혜윤(21ㆍ비씨카드)이 '스텝 스윙'을 앞세워 생애 두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김혜윤은 9일 제주 오라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러시앤캐시 채리티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기록해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08년 KLPGA투어에 데뷔한 뒤 그 해 11월 에쓰오일챔피언스인비테이셔널에서 첫 승을 일궈낸 김혜윤에게는 '스텝 스윙'이라는 독특한 무기가 있다. 김혜윤은 드라이버 샷을 할 때 양발을 모은 채 어드레스를 취하고 백스윙을 하면서 오른발을 어깨 너비로 벌린다. 백스윙 톱에 이르면 이번에는 왼발을 타깃쪽으로 내디디면서 다운스윙을 한다. 일반적으로 드라이버 샷을 할 때 하체를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는 상식과는 완전히 반대의 자세인 셈이다. 김혜윤은 "고1 때 샷 거리를 늘리기 위해 체중이동 연습 삼아 쳤는데 너무 잘 맞아 아직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윤은 "다만 리듬이 매우 중요하고 미스 샷이 날 위험이 높아 아마추어들에게 권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스텝 스윙'에 힘입어 우승상금 1억원을 챙긴 김혜윤은 올 시즌 뚜렷한 강자가 없는 KLPGA투어에서 상금랭킹 선두(1억1,600만원)로 올라섰다. 이날 김혜윤에 맞선 강적은 아마추어 여고생. 제주 출신의 국가대표 한정은(17ㆍ중문상고3)은 15번홀(파5)까지 무려 6타를 줄이며 한때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 2005년 신지애(22ㆍ미래에셋) 이후 4년8개월 만에 아마추어 챔피언 탄생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하지만 먼저 플레이를 펼친 한정은은 정상을 눈앞에 두면서 16번홀(파4) 보기로 흔들렸고 우승 경험이 있는 김혜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3번부터 15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잡아 단숨에 단독 선두로 올라선 김혜윤은 17번홀에서도 7m 버디 퍼트를 집어 넣으며 2타 차 우승을 결정 지었다. 김혜윤은 "퍼팅이 신들린 듯이 들어가서 나도 깜짝 놀랐다"며 "작년에 샷이 안 좋아서 자신감이 없었는데 겨울에 전지훈련을 하면서 샷 감을 찾은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김효주(15ㆍ육민관중3)도 공동 3위(5언더파)에 올라 아마추어 돌풍에 가세했다. 시즌 2승째를 노렸던 이보미(22ㆍ하이마트)는 공동 7위(3언더파), 유소연(20ㆍ하이마트)은 공동 9위(2언더파)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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