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이 밝았다. 옛날 것은 보내고 새것은 환영한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할 시기를 맞았다. 그러나 통상임금과 관련한 대부분의 산업현장은 송구(送舊)하지 못했다.
예년대로라면 이미 마무리됐어야 할 지난해 임단협이 통상임금으로 촉발된 임금상승 기대 때문에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하고 노사 간 극심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통상임금 판단 기준은 물론 신의칙 법리 적용까지 개별 사건마다 판단의 차이를 보이는 최근 일련의 하급심 판결은 현장에서 노사가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뤄졌던 근로시간이나 임금 수준 결정은 노사가 함께 만들어낸 합의와 절충의 산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통상임금에 대한 각종 관행과 합의를 무효로 돌리면서도 법원은 다툼이 없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기업들의 임금체계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을 어떻게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할지에 대한 논란과 부담은 온전히 산업현장의 몫이었다.
법원은 산업현장에서 이뤄지는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구체적인 입법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1년이 훌쩍 지난 아직까지 입법적 해결방법은 찾지 못했다. 관행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진 것을 일거에 바꾸기도 쉽지 않다.
입법적 결단이 없는 동안 고임금의 대기업·정규직 근로자와 기업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영세·중소업체 근로자, 업무의 특성상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근로자와 그렇지 않은 근로자와의 임금격차가 정당한 일의 가치를 넘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돼가고 있다.
마침 지난해 말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대한 원칙과 방향이 합의됐고 올 3월까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임금·근로시간·정년 등 현안, 사회안전망 정비 문제를 우선 논의하기로 했다. 지지부진했던 사회적 대화가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노동시장 개혁 문제를 맞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법원도 더 이상 통상임금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편향된 경향성을 가지고 대법원에서 제시하지 않은 새로운 기준을 들이대며 통상임금성 여부 및 신의칙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연초부터 제기되고 있는 정치·사회·경제인사들의 위기론은 엄살이 아니다. 올해가 경제 재도약의 마지막 기회라던 대통령의 말도 곱씹어봐야 한다. 얽혀버린 통상임금의 실타래를 말끔하게 정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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