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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적 의혹’ ‘찌라시’… 한치도 안 변한 대통령 상황인식

‘정윤회 문건’ 파문이 인사 개입 의혹으로까지 번지는 등 연말 정국을 강타하고 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전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소모적 의혹’ ‘국정 발목잡기’ 등으로 규정하고 비판하면서 확실하게 선을 긋는 모습이다.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경제 활성화와 공무원연금 개혁 등 국정에까지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사 개입 의혹과 권력 암투설 등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대하는 입장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씨 문건’과 관련해 “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했다거나 “일방적 얘기”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로 규정했다.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당시 “사실확인 조차 하지 않은 보도” “근거없는 일” “악의적 중상”이라 언급한 것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이번 사태가 무책임한 공세라는 입장도 변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소모적인 의혹 제기와 논란”이 있다며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일주일 전 “이제 선진국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에는 이런 근거없는 일로 나라를 흔드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 것과 내용만 조금 다를 뿐 ‘정치공세’라는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사실상 수석비서관 회의 때 했던 말에 쐐기를 박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시도도 엿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국정이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여당이 중심을 잡아달라”고 당부하며 경제활성화와 공무원연금개혁을 강조했다.

온통 비선 권력에 쏠려 있는 국민의 눈을 국정 현안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에도 불구하고 분위기 반전이 이뤄질 지는 의문이다.

비선 실세 의혹이 이제 문체부와 군의 인사 개입 논란과 권력 내부 암투설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이러한 상황 인식은 논란을 오히려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당사자간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오히려 한쪽 편을 드는 듯한 언급으로 또 다른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송영규 기자 skong@sed.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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