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부터 이틀간 가축은 물론 농민들의 이동조차 제한되면서 축산농가는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고 농민들 역시 외부의 접근이 차단된 채 농장 안에서 소독작업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국오리협회 전북지부장을 맡고 있는 배종률씨는 "농장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축사를 소독하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며 "AI가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고창과 부안 두 곳의 농장에서 불과 5㎞ 남짓 떨어진 동림저수지에서 지난 17일 발생한 철새 떼죽음의 원인이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최악의 경우 고병원성 AI로 확진되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창에서 오리 2만여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김모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철새는 닭이나 오리보다 면역력이 강한 것으로 들었는데 철새마저 감염시켰다면 이번 바이러스는 아주 강력한 것 아니냐"며 "AI가 확산될까 봐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고창에서 부안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는 이동초소가 설치돼 지나는 차량에 소독액을 뿌리고 있다. 줄포면 신리의 육용오리 농장도 이날 AI로 판명이 나면서 부안 지역 농민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부안군도 AI 대책상황실을 개설하고 관계 공무원들이 모두 나와 비상근무를 했다. 부안군 농업축산과 관계자는 "다행히 농민들이 지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동제한조치에 잘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군부대·경찰 등의 도움을 받아 통제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지역에서는 지난 17∼18일 AI에 감염됐거나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오리와 닭 9만여마리를 살처분했으며 앞으로 3만여마리를 추가로 살처분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는 AI 추가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고창과 부안 등에 이동통제초소 170곳을 설치하고 방역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전라남도 역시 AI가 처음 발생한 전북 고창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장성군을 중심으로 이동통제초소 64개소와 축산차량 전용 소독장 58개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군경도 이동초소 운영과 방역지원에 나섰다. 전북경찰청은 도내 거점소독 20개소에 병력을 투입했으며 전북 향토사단인 35사단도 17일부터 재난대책반을 운영하고 이동통제초소 9개소에 병력을 투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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