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가 국제유가 급락의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성장 엔진인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내년 정부 예산안을 대폭 삭감하는 등 경제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주말엔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 경제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고유가로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 7% 이상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러시아 정부는 주력 품목인 원유가격 급락으로 재정이 악화돼 내년 경제 운용 방향을 대폭 수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즈프롬 등 대부분의 에너지 기업이 정부 소유기 때문에 원유 가격의 하락은 정부 재정 악화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 러시아 정부는 당초 2,0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들여 적어도 1,500개 회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계획변경이 불가피해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꼭 구제해야만 하는 기업들만 도울 것"이라며 기업구제금융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선택적으로 할 것임을 시사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폭락하는 루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연일 달러 외환 보유고를 소진하는 것도 경제에 부담이다. 루블화는 지난 8월 이후 달러-유로 바스켓 대비 11%나 급락했다. 러시아는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달러 외환 보유국이지만 최근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상당량의 달러 보유고를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제유가는 1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 당 36.22달러에 마감하면서 4년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WTI는 불과 5개월 전인 지난 7월 배럴 당 147.27달러까지 치솟았었다. WTI는 당시 보다 무려 75.4%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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