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장정일이 10년 만에 장편소설 '구월의 이틀'을 들고 독자를 만난다. 문학계에서 이단아로 불리며 화제를 몰고 다녔던 그이기에 신작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도 나이가 들었을까. 금기를 깨고 파격과 일탈의 독설가로 알려진 장정일의 소설이 왠지 너무나 착해졌다는 느낌을 줘 다소 낯설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 '너에게 나를 보낸다' '아담이 눈 뜰 때' 등 잇단 문제작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그가 우익(右翼) 청소년의 성장기 소설을 들고 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 소설을 쓰면서 의식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우익청년 탄생기'를 써보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우익 청년의 일대기를 다룬 문학작품이 많이 나온 나라들에서는 건전한 상식과 철학을 토대로 한 우파가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제 낡은 시대의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작가는 현실적으로 처세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냉철한 감각으로 균형을 찾고자 하는 청년 주인공 '은'을 통해 우리의 우익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2004년이다. 이 기간 동안 보수와 진보의 대결 양상이 심화됐고, 대통령이 탄핵 소추됐으며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다. 혼돈의 시기에 광주와 부산이라는 각기 다른 지역에서 태어난 주인공 '금'과 '은'은 대학 친구인 동시에 이념적 이방인이다. 문학을 꿈꾸다가 정치가의 길로 들어서는 은과 정치가의 꿈을 접고 문학가가 되기로 결심한 금의 역전된 삶은 사회적 권력의 무게가 좌에서 우로 기울어가는 오늘날을 상징한다. 하지만 두 친구의 우정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영향 받지 않는 '쿨'한 모습을 보인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극에 치달은 현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친구는 깊게 포옹하며 진한 우정을 확인한다. 저자는 결말을 통해 금과 은은 결국 더 나은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 사회의 동행자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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