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지난 27일 정부안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핵폭탄 같은 뉴스가 터져나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그동안 주장해온 개헌 논의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국정조사 추진 등의 이슈는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났다. 사정이 급해진 새정치연합은 28일 "새누리당이 발표한 개혁안은 내용과 절차에서 모두 심각한 결함이 있다. 공무원의 적정 노후소득 보장 수준과 방법 등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여당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새정치연합이 야당으로서 대안 제시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야당은 정부가 9월1일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을 당시 곧바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찬성과 반대 법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반대 법안에 대해서는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하며 야당으로서 똑 부러진 목소리를 냈다. 정부 예산안 발표에도 야당으로서 문제 제기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유독 공무원연금 개혁안에서만 아무 말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다 내놓은 평가가 "절차상 결함" "사회적 합의"라는 단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야당이 정치적 셈법에만 골몰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안을 제시하자니 공무원연금 개혁에 찬성하는 모습으로 비쳐져 공무원들의 원성을 살 수 있고, 반대하자니 국가재정 부담 앞에서 마땅한 논리가 없어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27일에야 공무원연금 개혁 태스크포스(TF)팀 첫 회의를 개최하는 등 허둥지둥하는 모습도 보였다. 당정 간 연금개혁 논의가 8월 초부터 시작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각 TF팀 구성에서 늦깎이 회의를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비상대책위원들은 국민적 관심사보다는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정치에만 몰두하고 있고 선명 야당을 주장하는 486계나 강경파 의원들의 목소리도 자취를 감췄다.
새정치연합은 항상 운동장(언론환경)이 여당에 유리하게 기울어서 아무리 공을 가지고 공격을 해도 언론이 주목해주지 않는다는 '네 탓'만 해왔다. 이제는 스스로 운동장을 기울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때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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