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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전세계 확산 조짐]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환율 난타전 우려… 미국·중국 가세땐 '재앙'

루 美재무 "성장 촉진위해 더 노력해야" 불만 표출<br>中·유럽 "통화가치 하락 시장 개입 탓 아냐" 반박



흔히 한 나라의 통화 약세 유도는 '이웃 나라 거지 만들기(beggar-thy-neighbor)' 정책으로 불린다. 상대국의 통화 강세를 초래해 제한된 세계 시장의 파이를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종의 '제로섬' 게임인 만큼 각국이 환율전쟁에 들어갈 경우 국제교역 감소 등으로 공멸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달러 강세를 저지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하강 압력에 시달리는 중국까지 수출촉진을 위해 위안화 절하를 유도할 경우 가뜩이나 취약한 글로벌 경제가 초대형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까지 속출하고 있다.

◇연준, 기준금리 인상 시점 늦추나=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아시아·유럽 등의 통화 약세 유도 경쟁을 비판하면서 추가적인 달러화 강세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달러화 가치가 유로화와 엔화 대비 각각 2년과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미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최근 달러화 강세로 내년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0.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달러화 강세로 인한 수출감소, 기업실적 둔화 등의 우려가 크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올 미국의 올 2·4분기 성장률 4.2% 가운데 수출 기여도는 1.3%포인트에 달했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달러 강세가 내년까지 이어지며 주요국 통화 대비 최대 20%까지 절상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루 장관은 나아가 "대외흑자를 기록하며 재정 유연성이 있는 국가는 성장촉진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이는 독일이 자국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된 유로화에 숨어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흑자를 내며 다른 나라의 부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기류를 감안하면 미 재무부가 이번 달 발표할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독일·중국 등의 환율정책을 맹비난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미국이 달러화 강세를 저지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미루고 긴축 강도도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11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부진하고 미 경제도 영향을 받는다면 연준이 경기부양 조치를 제거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뉴욕(BNY)멜런의 사이먼 데릭 외환 투자전략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일부 위원들이 (달러 강세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환율전쟁의 새 국면이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9월 FOMC 회의록에서 "일부 위원들은 유로존 등의 약한 수요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미 수출이 줄고 인플레이션이 하강 압력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고 밝혔다.



◇중국 환율전쟁 가세할 땐 재앙=미국이 달러화 약세 유도 정책을 본격화할 경우 환율전쟁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약화에도 각국의 재정확대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통화절하는 가장 손쉬운 정책 수단이기 때문이다.

당장 루 장관의 발언에 유럽·중국 등은 반발하고 나섰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1일 "최근 유로화 가치 하락은 환율정책 개입 때문이 아니라 (연준은 긴축을 시행하는 반면 ECB는 양적완화를 준비하는) 통화정책 차별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도 10일 "환율에 대한 정부 개입 수준을 거의 제로(0)로 낮췄다"고 강조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도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일본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미 일부 국가들은 노골적으로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뉴질랜드 중앙은행의 경우 8월 외환시장에 4억여달러의 외환보유액을 풀었다. 2007년 7월 이후 최대 규모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이다. 뉴질랜드는 7월에도 1억6,000만달러가량의 외환보유액을 매각했다. 호주 중앙은행도 최근 "호주 달러화 가치가 역사적 기준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며 구두 개입을 단행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0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부조화에 따른 금융시장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빈스 케이블 영국 산업장관도 최근 "파운드화 가치가 10~15% 과대평가돼 있다"며 구두 개입했다. 스위스와 체코의 중앙은행도 각각 환율 상한선을 2016년까지 연장했다. 또 스웨덴·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도 유로화가 더 약세를 보일 경우 환율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도 경기가 더 둔화되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최근 "시진핑 정부가 개혁작업의 시간을 벌려면 수출확대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다른 나라들이 통화절하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 유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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