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오는 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중국 이동통신 장비 업체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럽 주요 도시에 위안화청산소가 잇따라 개설되고 기업들의 투자도 확대되는 등 시 주석의 유럽 방문을 계기로 중·EU 경제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카렐 더휘흐트 EU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27일(현지시간) "중국산 이동통신 장비 덤핑 혐의에 대한 조사를 포기한다"며 "다만 반보조금 조사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휘흐트 집행위원은 "반덤핑 조사를 중지한 것은 반보조금 문제가 이 무역분쟁의 본질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며 "6~7월에 열릴 중국과의 경제·무역대표 회담 때까지 해법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U의 이번 결정은 지난 몇주 동안 이어져온 태양광패널·와인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 중단 결정에 이은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중국에 대한 EU의 유화 제스처가 유럽을 순방 중인 시 주석의 행보와 관련돼 있다고 해석했다. 유럽에 막대한 투자와 혜택을 쏟아내고 있는 시 주석에게 EU가 화답하면서 지난 2012년부터 이어진 중·EU 간 통상분쟁이 빠르게 누그러지는 양상이다.
시 주석의 선물 공세는 프랑스에 이어 28일 방문한 독일에서도 이어졌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중국 인민은행(PBOC)과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29일 독일의 경제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 위안화청산소를 개설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는다고 보도했다. MOU 체결은 시 주석의 독일 방문에 맞춰 진행됐다. 독일로서는 막대한 중국 자본 유치의 기회를 넓히게 된 셈이다. 첸페이 중국 공상은행 프랑크푸르트지점장은 "유럽중앙은행(ECB) 본부가 위치한 프랑크푸르트로서는 위안화 국제허브로 발돋움할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의 투자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독일에 대한 투자가 아주 소량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매우 커졌다"며 "중국 기업들이 독일에 투자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에 대한 중국 투자건수는 총 20건, 규모는 총 15억달러에 이른다. 2007년 4건, 1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중국의 독일 투자는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업·서비스업 등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중국 최대 민간 대기업 중 하나인 포선그룹은 지난달 도이체방크의 자회사인 BHF은행 지분 20%를 1억유로에 사들였으며 제조업에서도 또 다른 대기업인 웨이차이가 지난해까지 총 14억달러에 독일의 대표적 '강소기업'으로 세계 지게차 생산 2위 업체인 키온 지분 과반을 인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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